검증 대상은 이래경 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천안함 자폭설로 사퇴한 이튿날인 지난 7일 입장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2019년 7월) 검찰총장 취임 직후 극비리에 방한한 지나 해스펠 당시 CIA 국장과 면담했다”고 주장한 또 다른 음모론. 당시 워싱턴 특파원으로 몰랐던 내용을 주장한 터라 출처가 궁금해 구글 AI 바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AI(챗GPT-4)에게 각각 물어봤다.
음모론의 당사자는 한 극우성향 인터넷 매체의 글을 근거로 댔다. 정식 기사나 칼럼이 아니라 게시판에 오른 ‘옮긴 글’이었다. 진짜 원조를 추적하긴 쉽지 않으나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2019년 9월 공식 방한해 당시 총장이던 윤 대통령과 국제수사 공조 방안을 논의한 데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대선을 앞두고 좌·우 양쪽 유튜브와 인터넷 게시판에 “FBI 국장을 만난 뒤 태도가 돌변했다”는 식의 주장이 퍼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시 FBI→CIA 국장으로 왜곡 재생산됐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챗GPT가 사실로 판명된 주장을 참으로, 허위 정보는 거짓으로 평가할 확률은 70% 정도라고 한다. 문제는 그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혼성모방 문학 장르처럼 참·거짓을 뒤섞고 스스로 추론해 그럴듯한 가짜뉴스를 생성한다는 점이다. AI가 만든 음모론이 넘쳐나는 세상은 이미 왔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