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달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39만6100달러(약 5억1500만원)로 지난 2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했다. 기존주택 매매 건수도 전월보다 0.2% 증가한 430만 건(연율)으로 집계됐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매매 건수는 20.4% 감소했다. 고금리 부담이 여전히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주택 거래는 미 전체 주택시장 거래량의 9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가 신규주택 거래다.
향후 전망도 나쁘지 않다. 매월 중순 발표되는 전미주택건설협회(NAHB) 주택시장 지수(HMI)도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상승했다. 6월에 55를 기록하면서 5월(50)에 이어 두 달 연속 50을 넘긴건데, 이는 지난해 7월(55) 이후 처음이다. HMI는 주택 건설업자들의 시장 신뢰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50 이상이면 주택 판매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수요는 늘었지만 주택 공급은 부족하다 보니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1주택 소유자들은 고금리 때문에 기존 집을 팔고 새 집을 구하는 게 부담스러워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이들 상당수가 코로나 직후 대환대출 등을 통해 2~3%대 저금리로 갈아탔기 때문에 당장 주택을 처분해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일각에선 주택 시장이 과열되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노동부가 물가를 산정할 때 주택가격을 포함하진 않지만, 집값 상승과 연동하는 임대료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달 연설에서 “모기지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도 주택가격이 다시 올랐다는 건, 낮은 임대료가 얼마나 지속할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주택시장이 어느 정도 바닥을 지났지만 모기지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하반기 고용 시장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완만하게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향후 주택 경기 반등이 미국의 경기 둔화 압력을 줄이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