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주가 조작과 기업의 이익 증가가 동시에 이뤄진 경우, 기업 이익과 관련 없는 부당이익이 얼마인지 검사가 입증해 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는 솜방망이 처벌 혹은 아예 무죄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개정안은 위법 행위로 발생한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가격 변동분은 피고인이 소명토록 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등으로 주가조작 행위에 대한 엄벌 요구가 커지자 개정안 입법은 가속이 붙는 듯했다. 하지만 여당이 제동을 걸었다. 주가 조작으로 얻은 수익 중 주가 조작과 관련없는 요인에 따른 부분을 피고인이 계산하도록 한 데 대해 “검사에게 혐의 입증 책임이 있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도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피고인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고, 무죄추정 원칙에 반할 수 있다”며 “부당이득은 검찰이나 금융당국도 정확히 특정하는 것이 어려운데 피고인에게 소명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당 손을 들어준 셈이다.
금융당국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개정안이 빨리 통과될 경우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현재 분위기로는 쉽지 않아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개정안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도 적용되는 만큼 주가조작꾼에 대한 엄벌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6일 예정에 없이 국회를 찾아 법사위 등 소속 의원과 만남을 갖고 자본시장법 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엄단은 금융당국의 최대 현안 중 하나다. 이 원장은 “직을 걸겠다”는 표현까지 썼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 개정안에 대한 우려 사항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및 국회와 계속 소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