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이렇게 건강하게 퇴원하는 게 정말 기적 같아요.”
지난 22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입원 병동에서 만난 산모 최모(29ㆍ부산 남구)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다. 최씨는 지난 12일 2.77kg의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어 결혼하기 전까지 세 번의 개흉 수술을 받은 최씨는 임신을 결심할 때만 해도 1년여의 세월이 이렇게 험난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세 번의 개흉 수술…출산 계획
큰 수술을 받긴 했지만 최씨는 학창시절에도 체육 시간을 제외하면 본인이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걸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건강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지난해 초 결혼을 앞두고 임신ㆍ출산을 계획했던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런 최씨를 만류한 건 의료진들이었다. 최씨는 “병원마다 의견이 분분했는데 아이를 낳아도 된다는 의사도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본인이 실제 분만을 도운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삼성병원 '우먼 3인방' 협진…“매일 두 번 직접 배에 주사 놔”
박 교수는 그해 8월부터 정수련 심장외과 교수, 오수영 산부인과 교수와 협진을 시작했다. 임신 자체는 수월했다. 석 달 뒤인 11월, 최씨는 8주차 임신부가 됐다. 다른 임신부처럼 입덧도, 갈비뼈가 눌리는 고통도 있었지만 그를 가장 고통에 빠뜨린 건 매일 두 번씩 맞아야 하는 주사였다.
통상 심장에 금속판막을 넣을 경우 매일 와파린(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혈액의 응고를 방지하는 항응고제)이라는 경구용 약을 먹어야 한다. 한데 이 주사가 태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료진 판단에 최씨는 먹는 약 대신 매일 아침·저녁, 스스로 주사를 놔 항응고제를 주입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병원 생활을 해 주사가 엄청 익숙했는데도 자가주사는 처음이라 무서웠다”라며 “초반에는 너무 긴장돼 식은땀도 나고 몸도 아팠다”고 말했다. 임신 중기까지는 살집이 있는 아랫배에 주사를 놨지만, 배가 불러올수록 혹시라도 아이에게 영향을 줄까 걱정됐다는 그는 “후반에는 좀 더 고통스럽더라도 팔이나 다리에 놨다. 항상 멍이 들어있었는데 이 몇 개월이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임신 29주차 심장판막에서 이상 발견…제왕절개 결정
아이는 무사히 태어났지만 최씨는 재차 어려움을 겪게 됐다. 곧장 시행한 검사에서 인공판막 주변에 혈전이 생긴 것이 확인됐고, 약을 써도 호전이 없자 이틀 뒤인 14일 네 번째 심장 수술이자 세 번째 승모판막치환술을 받았다. 박 교수는 “정말 낮은 확률이었는데 혈전이 발생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최씨는 “심장 수술을 다시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나도 많이 두려웠지만, 평소 이성적이던 신랑도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무서웠다고 말한다”고 회고했다.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눈을 뜬 최씨는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아이를 낳으니 이전에 수술했던 때와는 달리 회복에 대한 의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를 생각해 잘 먹고, 걷는 연습도 많이 해 건강을 회복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미리 포기 말고 용기 가졌으면”
박성지 교수는 “산모도, 남편분도 협조를 너무 잘해줘 박수를 쳐 드리고 싶다"라며 “다른 분들도 미리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