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캐럿 보석 입에 문 뱀…할리우드 여배우도 반한 '불멸 상징'

중앙일보

입력 2023.06.22 14:35

수정 2023.06.22 16:59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출시 75주년을 맞은 불가리 세르펜티의 주얼리. 사진 세르펜티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불가리’가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세르펜티’의 출시 75주년을 맞아 23일부터 약 한 달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그 끝없는 이야기’ 전을 개최한다.  
 
세르펜티(Serpenti)는 ‘뱀’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유럽에서 뱀은 재생·변화·부활·불멸·지혜 등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오피오스가 언제나 뱀이 감긴 지팡이를 가지고 다닌 게 대표적이다. 뱀이 신비의 약초를 물어와 죽어있는 다른 뱀을 살리는 광경을 보고, 지팡이에 뱀을 감아 다닌 것이 기원이 됐다. 이후부터 뱀은 의술이나 의사의 상징물로 쓰인다.  

국제갤러리서 23일부터…사전 예약 후 무료 관람

세르펜티 75주년

 
불가리는 뱀이 가진 에너지와 생명력에 집중해 1948년 첫 세르펜티 주얼리를 세상에 선보였고, 이후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표 주얼리가 됐다.  
 
세르펜티는 특히 대담하고 강렬한 여성상을 표현하고 싶었던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들에게 사랑받았다. 영화 ‘클레오파트라’(1962년)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손목에 착용했던 에메랄드 눈을 가진 뱀 모양의 팔찌가 바로 세르펜티였다. ‘노틀담의 꼽추’(1956년)의 주인공 지나 롤로브리지다는 파티에서 세르펜티 시계를 즐겨 착용했다.  
 
또 뉴욕 패션 업계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던 패션잡지 보그 편집장 출신의 다이애나 브랠랜드는 유독 이 주얼리를 좋아해, 금으로 만든 불가리의 스네이크 벨트를 목에 두 겹으로 둘러 목걸이처럼 걸고 공식 석상에 나타나곤 했다.


이번 국내 전시는 세르펜티의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내며 세계 각 나라의 작가들과 함께 선보이는 릴레이 전시 중 하나다. 지난 2월 스페인 마드리드의 티센 보르네미사 국립미술관을 시작으로 런던·뉴욕·상하이를 거쳐 이달 한국에 왔다.  
 
국내에선 국제갤러리와 협업해 뱀의 이야기가 담긴 한국 작가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특히 이 주얼리의 착용자상으로 삼고 있는 ‘진취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 천경자, 최욱경, 함경아, 홍승혜, 최재은 등 걸출한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모았다. 여기에 20세기 누보 레알리즘을 대표하는 프랑스 조각가 니키 드 생팔의 ‘아담과 이브’ ‘나나 상테’ 등 작품 11점도 함께 전시한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영화 ‘클레오파트라’에서 손목에 착용했던 뱀 모양의 팔찌. 사진 세르펜티

 
또한 1950~60년대에 만들어진 시계와 주얼리, 그리고 수억원이 훌쩍 넘는 하이 주얼리 등 세르펜티 제품 수십 점이 함께 전시된다. 루비·다이아몬드로 뱀 머리를 장식한 ‘세르펜티 투보가스 시계’, 초록빛 에메랄드로 온몸을 장식한 팔찌 ‘세르펜티 레인 포레스트 하이 주얼리 브레이슬릿’, 34캐럿이 넘는 카보숑 루벨라이트 보석을 입에 문 뱀 모양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세르펜티 이클립스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등이 이번 전시에서 챙겨 봐야 할 대표 제품들이다. 
 
전시는 네이버 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기간은 다음 달 31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