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김씨는 이미 시청자들 몰래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를 숨기고 적극 매수를 추천해 주가를 올린 뒤, 특정 시점에 자신만 몰래 팔아 부당이득을 취하는 ‘선행매매’를 한 것이다. 김씨는 매매시 외국계 증권사의 매매로 표시되는 CFD(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진입가격과 청산가격의 차액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파생계약) 계좌를 이용했다. 그러면서 방송에선 “외국인들이 매도해서 짜증난다”고 말하며 본인의 매도 사실을 숨겼다. 시청자들을 선행매매의 피해를 떠안는 ‘물량받이’로 활용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김씨가 챙긴 부당이익은 약 58억원에 달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 채희만)는 김씨와 같이 불법 ‘주식 리딩’을 통해 부당이익을 취하는 사기적 부정거래 사건 4건을 집중 수사한 결과, 카카오톡 주식 리딩방 운영자 양모(30)씨 등 2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슈퍼개미’ 김씨 등 4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주로 선행매매를 통해 사람들을 속이고 부당이익을 챙겼다. 양씨와 공범 2명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10~20개의 카카오톡 무료 주식 리딩방을 동시에 운영하며 자신들이 이미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28개 종목을 추천했다. 많은 사람들이 매수해 주가가 오르면 자신들만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은 것이다. 이 기간동안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3억 6400만원이었다. 양씨는 경제 관련 방송 등에 출연한 적이 있고, 국내 증권사 주최 실전 주식투자에서 수익률 1위를 달성했지만, 이번에 적발된 범행 수법과 같은 방식으로 수익률을 높인 사실이 발각돼 수상자격이 박탈되기도 했다.
구속된 또다른 김모(28)씨 역시 카카오톡에서 유료 리딩방을 운영했다. 그는 지난 2020년 12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특정 세력이 B사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에 개입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하며 참가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그의 말을 믿고 주식을 사들인 약 300명의 회원들은 총 15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검찰은 김씨가 주가조작세력으로부터 2억원을 받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유튜버 김씨와 주식방송 출연자 송모(37)씨는 방송을 범죄에 활용했다. 송씨는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TV 주식방송을 진행하며 63개 종목을 추천했는데, 자신은 추천 전에 이미 해당 주식들을 매수한 상태였다. 또 송씨는 투자자들에게 원금보장을 약속하며 133억원을 모집해 주식투자를 한 혐의(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의 패스트트랙을 통해 사건을 접수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양씨를 지난해 12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고, 4월엔 유료 리딩방 운영자 김씨도 구속 기소했다. ‘슈퍼개미’로 활동한 유튜버 김씨와 주식방송 출연자 송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