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차 컬렉터’ 홍원표 병원장
병원을 이렇게 미술공간으로 가꾼 홍원표 원장(60)은 25년 차 컬렉터다. 요즘 그의 진료실엔 사실주의 회화로 잘 알려진 이광호(56)의 ‘습지’ 연작이 걸려 있다.
자택에도 서도호 설치작품 등 즐비
그는 국내 생존 작가 중 최고가를 기록한 이우환(86) 화백의 팬이기도 하다. 요즘 자택 거실 중앙엔 다이얼로그(오렌지) 대형 회화를 비롯해 경매시장에서 항상 최고가 기록으로 화제를 모으는 ‘바람’ 연작이 3점이나 걸려 있다. 그에게 미술은 무엇일까. 홍 원장은 “미술품 수집은 내게 즐거운 취미이자 투자 자산, 그리고 인생의 중요한 결실”이라고 말했다.
- 수집은 어떻게 시작했나.
- “25년 전 이사한 후 허전한 벽에 그림을 걸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게 계기가 됐다. 처음엔 갤러리에서 그림을 대여해 걸었는데 그림 한 점으로 집안 분위기가 너무 좋아졌다. 이후 다른 그림을 대여했는데 1~2년 그림을 빌리는 금액이면 한 점을 살 수 있겠더라. 그때 작품을 직접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첫 구입 작품이 궁금하다.
- “큰 사이즈로는 자작나무 숲을 그리는 이수동 작가의 ‘겨울사랑’ 100호가 처음이었다. 지금도 병원에 걸어두고 있다.”
- 균형을 강조했는데.
- “수익을 염두에 두고 사서 빠르게 리세일하는 사람들은 시장이 냉각되면 급히 발을 빼고 나가버린다. 반면에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좋아하는 그림만 구입할 경우 나중에 리세일할 수 없어 그 가치가 제로가 될 수도 있다. 수집을 지속하려면 균형을 맞추는 게 제일 중요하다.”
- 쿠사마의 ‘노란 호박’ 조각 작품이 1층 로비에 있다.
-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지만 각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전시 개막 전날 다카쿠라 대표가 ‘대구에서 멋진 추억을 만들어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혹시 원하는 작품이 있으면 말해 보라’고 하더라. 여러 번 고사했는데 그냥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세금 적은 편…투명하게 거래해야”
- 아직도 미술품 수집을 편법 증여나 탈세 수단이라고 여기는 분도 많다.
- “최근 미술품 거래는 갤러리나 옥션 등 중개자를 통한 거래가 대부분이다. 거래 대금도 카드나 통장을 통해 주고받아 투명해지고 있다. 미술품 거래는 각종 세금이 전혀 없다. 양도할 경우 기타 소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세금이 적어 투자 자산으로서 여전히 메리트가 있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음성적으로 거래한다면 오히려 나중에 큰 제약이 따른다. 세금이 유리한 만큼 투명하게 거래하는 게 훨씬 낫다.”
- 존경하는 컬렉터가 있나.
- “메라&도널드 루벨 부부를 존경한다. 루벨 부부는 젊은 시절 월급 일부를 떼어 수집을 시작했고, 무명 신인 작가들의 작업실을 직접 찾아가 작품을 샀다. 80세가 넘은 부부가 지금도 잠재력 있는 신인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데 방문한 작가 작업실이 수천 곳이 넘는다고 한다. 부부가 평생 컬렉션을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어떻게 부와 명예를 갖게 됐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