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중국 중앙은행 격인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을 3.55%, 5년 만기 LPR은 4.2%로 0.1%포인트 내렸다. 중국 인민은행이 LPR을 낮춘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LPR는 중국 18개 은행에서 최우량 고객에게 제공하는 금리의 평균값이다. 중국은 기준금리 없이 통화 당국이 직접 시장금리를 조정한다. LPR을 바탕으로 은행이 다른 대출 금리도 정하기 때문에 이를 낮추면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신규 인프라 건설 등에 쓰기 위해 1조 위안(약 178조8000억원) 규모의 특별 국채 발행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사실상 ‘돈 풀기 종합 정책’을 모두 내놓은 셈이다.
실물지표도 지지부진하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2.7% 증가하는 데 그쳐 전월(18.4%)과 시장 전망치(13.7%)보다 모두 낮았다. 같은 달 산업생산도 전월(5.6%)과 전망치(3.8%)를 모두 하회한 3.5%로 집계됐다. 도로·부동산 등 인프라 투자를 의미하는 고정자산투자는 5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 증가에 그쳐 전월 누적치(4.7%)와 시장 예상치(4.4%)를 모두 밑돌았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도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GDP가 지난해와 비교해 6% 성장할 거라고 내다봤지만, 예상보다 경기가 부진하자 5.4%로 전망치를 낮췄다. JP모건(5.9→5.5%)·UBS (5.7→5.2%)·스탠다드차타드(5.8→5.4%)·노무라(5.5→5.1%)도 5% 초중반까지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
경기 침체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물가 하락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달보다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 3월(0.7%) 이후 3개월 연속 0%대로 마이너스 물가까지 걱정하게 됐다.
중국 경제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는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면서 성장 동력을 잃어버렸고, 지방 부채 증가, 외국인 투자 감소 같은 구조적 문제도 겹치고 있어서다. 프랑스 나티시스 투자은행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현금을 마구 뿌릴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소비가 진작되진 않는다”며 “기존 가계부채도 갚기 힘든 상황에서 국민 개개인이 상품 구매 같은데 돈을 쓸 여유를 부릴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