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최근 8대 대형로펌(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화우, 바른, 대륙아주)을 비롯한 15개 로펌 변호사 19명으로 ‘ACP 추진 특별위원회 태스크포스(가칭)’ 준비모임을 구성했다. 참여한 변호사들 대부분은 각 로펌 내 입법컨설팅 조직 소속으로 알려졌다. 변협 관계자는 “변호사 비밀유지권은 변호사 업계 전반이 관련된 문제인 만큼, 법안 도입을 위해 대형 로펌들의 인재 풀도 활용해보자는 의견이 있어 TF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협은 당초 20개 로펌에 공문을 보내 TF 참가 의사를 물었지만, 이 중 15개 로펌만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김영훈 변협 회장은 각 로펌 대표 변호사들을 초대해 간담회를 열고 “우리 힘으론 부족하니 도와달라”는 취지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일부 변호사들은 반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펌 변호사는 “사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사업자단체인 변협이 대형 회원들의 역량을 무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기업들에게 ‘돈을 내라’고 한 거랑 뭐가 다르냐”며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로펌 압색’, 금기→수사 루틴
‘로펌 압수수색’을 그동안 막아 온 건 암묵적 금기뿐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검·경이 율촌(2016년 롯데그룹 조세포탈 의혹)을 시작으로 김앤장(2018년 사법행정권 남용, 2019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태평양(2022년 김만배 범죄수익 은닉) 법무법인 사무실을 연이어 압색하면서 깨졌다. 이제 법조계에선 “검찰이 기업 수사를 할 때 로펌의 검토 보고서를 압수하기 위해 사내 법무팀부터 노린다”(대형로펌 기업형사 담당 변호사)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자연히 변호사 비밀유지권 법제화는 변호사들의 숙원사업이 됐고, 올해 초 임기를 시작한 김영훈 회장은 이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변협 관계자는 “비밀유지권은 국민의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라는 기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며 “세계변호사협회(IBA)에서도 관련 입법을 권고할 만큼, (비밀유지권을 보호하지 않는 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의 반발도 만만찮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은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하지만, 접견권이나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넘어서는 범죄 행위에 대해선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서 범죄에 손을 대는 변호사 수도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변호사가 저지르거나 가담한 범죄는 2011년 총 375건에서 2021년 591건으로 늘었다.
국제적으로도 화두…“화이트칼라 범죄 은폐” 지적도
TF는 향후 국회에서 계류 중인 변호사법 개정안에 대한 변협 입장을 전달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변협은 조만간 상임이사회 안건으로 TF 구성안을 상정하고, 이르면 7월 중 TF를 출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회엔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반영한 변호사법 개정안(정우택 국회부의장 안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이 계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