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퀴어축제는 2009년 시작돼 올해로 15년째다. 해외에도 유사한 퍼레이드들이 많고 우리나라는 2000년 서울퀴어축제를 필두로 전국 9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여름 서울퀴어축제 때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참석하기도 했으나, 올해는 서울광장 사용이 불허됐다. 서울광장 사용을 심사한 시민위원회에서는 “(성소수자들이) 표현할 자유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보지 않을 자유도 중요하다”는 등의 발언이 나왔다. 춘천퀴어축제도 장소 대관에 난항을 겪었다.
잇딴 퀴어문화축제 제동 논란
다수자의 '싫어할 권리'라지만
소수자는 존재 자체 부정당해
다수자의 '싫어할 권리'라지만
소수자는 존재 자체 부정당해
성소수자를 ‘싫어하거나,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존재적 특질만으로 따지자면 ‘흑인을 싫어할 권리’ ‘장애인이나 아시아인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권리’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소수자가 스스로 드러내며(가시화)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해 달라는 게 퀴어축제의 본질일 텐데, 다수자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하라는 건 아예 세상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굉장히 낯선 어감인 ‘성다수자’와 성소수자를 권익이 배치되는 관계로 놓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극빈층이 잘살게 된다고 부자가 가난해지는 게 아니고 여성 인권을 신장한다고 남성 인권이 후퇴하는 게 아닌데 말이다. 성소수자의 인권이 개선된 사회는 사회 전반의 인권이 개선된, 그래서 다수자의 인권도 개선된 사회임은 세상이 아는 바다(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게 1990년이다). 성다수자와 성소수자라는 또 다른 갈라치기 속에서 인권의식의 퇴보가 우려된다.
같은 날 밤 서울 여의도에서는 전 세계 40만 팬이 운집한 가운데 ‘BTS 10주년 페스타’가 열렸다. 서울 전역이 보랏빛으로 물들고, 시민들도 교통 통제에 기꺼이 협조했다. 데뷔 10년 BTS 일곱 청년의 성취가 감격스럽다가도 성소수자를 포함해 ‘있는 그대로의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소수자성’으로 전 세계 젊은이를 사로잡은 이들의 메시지가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먹통인 건 아닌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글=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그림=김아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