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앙일보가 스케치한 경북·전북의 지방대 캠퍼스 현주소다. 인구가 줄면 더 많은 대학이 겪게 될 미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수능과 관련해 “교육 수요자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공급자인 대학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대학 구조개혁을 주문한 배경이기도 하다. 때마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발간한 ‘수요자 중심의 대학 구조개혁’ 보고서에서 대학 개혁의 방향을 제시했다.
KDI는 대학의 위기가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고 전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신입생 충원율(모집정원 대비 신입생 비율)은 96.3%다. 경남(87.5%)·강원(90.3%)·전북(91.8%)·경북(91.9%) 같은 지방은 10명 중 1명꼴로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2021년 142만명인 4년제대 재학생 수가 2045년 69만~83만명으로 반 토막 날 예정이다.
KDI는 정부가 강제하지 않아도 대학 스스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수진을 구조개혁의 걸림돌 ‘1순위’로 꼽았다. KDI가 지난해 교수 171명을 설문한 결과 60%가 “정원 구조조정이 순조롭지 않다”고 답했는데, 그중 82%가 “교수 반발”을 이유로 꼽았다. 고영선 KDI 선임연구위원은 “교수 사회를 설득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대학 경영진의 역할이 미흡해 구조개혁이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KDI는 대학 구조개혁의 주체를 공급자(교육부·대학)가 아닌 수요자(학생)로 돌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장의 근거로 ▶학생은 정부와 달리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롭고 ▶대학이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변하도록 할 수 있고 ▶전공 조정 시 과잉·과소 공급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KDI는 수요자를 위해 개별 대학·학과에 대한 정보 제공부터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취업의 질을 따지기 위해 ‘졸업생 연봉’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영선 위원은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대학마다 졸업생 연봉 정보를 파악하고 있고, 2018년에 공개 방침까지 밝혔는데도 (공개가)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 알리미’를 통해 한 번에 다섯 개 대학까지만 비교할 수 있는 취업률은 물론 교수 연구실적, 산학협력 실적 등 정보를 전국 대학끼리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