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송영길 전 보좌관 내주 재소환…"전달책 아닌 돈봉투 살포 '키맨'"

중앙일보

입력 2023.06.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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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돈봉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보좌관을 지낸 박모(54)씨를 다음 주 다시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달 3일 박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때만 해도돈봉투를 국회의원 등에 건넨 ‘전달책’으로 봤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며 돈봉투 살포 기획 단계부터 보고를 받고 돈을 분배하는 등 사실상 ‘곳간지기’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달통로→곳간지기 부각된 박 전 보좌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 7일 서울중앙지검에 '2차 자진출석'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종호 기자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박씨를 이번 사건 핵심 인물로 보고 재소환 일정을 조율하는 한편, 그간의 수사상황을 정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돈봉투 살포 뿐 아니라 송 전 대표의 외곽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가 송 전 대표 캠프의 컨설팅 비용을 대납한 의혹도 불거진 만큼, 검찰은 박씨가 두 가지 의혹 모두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박씨가 사건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수사 초기보다 높아졌다. 4월 10일 검찰이 청구한 윤관석 의원 압수수색영장에는 박씨 이름이 6번 등장한다.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감사가 도합 7000만원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건네는 과정에서 전달 통로 역할을 했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검찰이 강 전 감사를 구속기소 할 때는 박씨 이름이 20번 등장했다. 역할도 전달 통로에서 ‘자금 관리 담당조’로 바뀌었다. 강 전 감사는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사업가 김모씨에게 “경선캠프에 자금이 부족하니 지원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 그런데 김씨는 강 전 감사를 거치지 않고 박씨에게 직접 ‘경선 준비를 잘 하라’며 현금 500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5000만원 직접 받고 돈봉투 살포 방법도 상의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12일 오후 체포동의안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강래구 전 감사 공소장에 따르면 돈봉투를 직접 뿌린 의혹을 받는 윤관석 의원 역시 박씨를 돈봉투 살포 전 상의해야 할 대상으로 봤다. 윤 의원은 2021년 4월 24일 강 전 감사에게 “경쟁 후보 캠프에서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다고 하는데, 우리도 마지막으로 의원들한테 좀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내가 박씨와 상의를 해 볼 테니 너(강 전 감사)도 전화해서 얘기를 해라’고 했다. 윤 의원 본인도 직접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1차적으로 3000만원 상당의 돈봉투 살포가 결정되자 박씨는 강 전 감사와 논의해 300만원씩 봉투 10개를 만들어 이 전 사무부총장을 거쳐 윤 의원에게 전달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윤 의원이 3000만원을 추가로 뿌려야 한다며 강 전 감사에게 요청했을 때도 박씨가 보관하던 자금이 활용됐고, 이 전 부총장→윤 의원 순서로 돈봉투가 전달됐다. 
 

檢 다음 스텝은 박 전 보좌관…구속영장도 관건

민주당 돈봉투 의혹 핵심 인물인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감사. 뉴스1.

 
박씨 소환조사가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박씨와 돈봉투 살포를 공모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해선 구속영장(체포동의안)이 청구됐고, 강 전 감사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사무부총장과 박씨의 통화녹음도 확보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컨설팅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지난 15일 먹사연 회계담당자인 또다른 박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박씨는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먹사연과 송 전 대표 경선캠프의 회계를 함께 맡았고, 지난 3월엔 프랑스로 건너가 송 전 대표를 만나기도 했다. 검찰은 같은 날 송 전 대표 캠프와 컨설팅계약을 맺었던 얌전한고양이 대표 전모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