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을 딛고 어린 선수들이 한국 축구의 장래를 밝게 한 U-20 월드컵 기간, 국내 스포츠계 다른 한쪽에선 어두운 소식이 들려왔다. 특히나 그 어두운 소식의 출처는 관심을 한몸에 받던 종목이었다. 하나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기간 일어난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의 음주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기형적인 대표팀 운영 속에 속절없이 추락한 한국 여자배구 소식이다.
한편 2023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가 지난 1일 개막했다. 한국은 대회 1주 차에 튀르키예, 캐나다, 미국, 태국에 연거푸 세트 스코어 0대 3으로 졌다. 15일 2주 차 첫 경기에서도 브라질에 0대 3으로 졌다. 지난해 12연패(전패)와 그 전 해(2021년) 태국전 패배까지, 모두 합쳐 18연패다. 상황이 이런 데도 대표팀은 감독도 없이 대회를 준비한다. 터키 프로팀 코치로 일하다 최근 프랑스 프로팀 감독에 선임된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한국 여자배구팀 감독은 ‘본업’ 때문에 ‘부업’인 한국 대표팀 소집 훈련에는 코빼기도 안 비친다. 코치(한유미)와 고문(김연경)이 끌고 가는 기형적인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다.
야구와 여자배구는 여름과 겨울의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다. 전 경기를 생중계하고, 경기가 없는 날엔 지난 경기를 재방송할 정도다. 자기가 사는 우물이 세상 전부인 줄 아는 개구리와도 같은 두 종목 행태를 보며 ‘우물 안 개구리’ 속담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속담의 유래가 된 『장자』 ‘추수’ 편의 개구리가 두 종목을 자신에 빗댔다는 얘길 듣는다면 화를 낼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 개구리는 “9년간 홍수가 나고, 7년간 가뭄이 들어도 바닷물은 증감이 없다”는 동해에서 온 자라의 말에 놀라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