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조정관과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 그리고 국무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동아태차관보와 매슈 밀러 대변인이 14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입에 올린 말이다. 오는 18~19일로 확정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계획에 대해 설명하면서다. 이들은 “대통령이 세계 지도자들과 외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긴장을 조절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라며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에 담긴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과 첨예한 경쟁을 하면서도 적극적인 외교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논리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국무장관이 오는 16~21일 중국과 영국을 순차 방문한다고 14일 공식 발표했다. 지난 2월 중국 정찰풍선 사태로 전격 취소됐던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이 4개월 만에 다시 성사된 셈이다. 국무장관의 방중은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이며 트럼프 정부 때인 2018년 10월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문 이후 5년 만이다.
방중 기간 논의 테이블에는 양자 관계와 대만해협 문제 등 다양한 분야가 의제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무부는 한ㆍ중 관계 등에서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내정 간섭을 하고 있는데 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이번 순방을 통해 우리는 여러 영역에서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며 “펜타닐(중독성 강한 마약성 진통제), 양안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의 연대 등 다수의 문제들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외교 결례 논란을 낳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 등과 관련해 블링컨 장관이 미국의 우려를 중국에 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재발사를 앞두고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12일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블링컨 장관의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이 현안에 오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논의도 있을 거라고 한다. 캠벨 조정관은 “중국의 반도체 첨단 기술 사용에 대한 우려 등 문제를 블링컨 장관이 직접 제기할 것”이라며 “AI 발전이 미래에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국제적 논의와 대화에는 중국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우리가 적어도 잠재적 갈등에 빠지지 않도록 오산의 위험을 줄이기를 희망한다”며 “이것이 우리 앞에 놓인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의제가 될 것이지만 이런 최우선 목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지 반드시 긴 성과물 목록을 작성하는 게 목표는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성과물을 기대하진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앨리슨 “미ㆍ소처럼 미ㆍ중 협력해야”
앨리슨 교수는 WP 기고문에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에 시달리던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대(對)소련 봉쇄 일변도 전략에서 벗어나 타협과 협력에 나선 사례를 제시하며 “백악관과 크렘린 사이 핫라인을 통해 즉각 통신을 허용하고 협상을 통해 대기 중 핵무기 실험을 금지하는 1963년 조약, 무기 통제 협정에 이어 1968년 핵확산금지조약에 이르는 등 위기관리의 틀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만을 둘러싼 (미ㆍ중) 양국의 이견은 화해할 수 없는 것이지만 화해할 수 없다는 게 관리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미국과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과 중국도 경쟁하고 협력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고 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측 간 경쟁이 오랫동안 평화롭게 지속될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세상을 건설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며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