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두 대회 연속 4강 신화를 일궜다. 미드필더 배준호(20·대전하나시티즌)는 이번 대회에서 현란한 개인기와 저돌적인 돌파로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한마디로 2017년 대회 이승우(수원FC), 지난 대회(2019년) 이강인(마요르카)과 같은 에이스였다. 지금은 한국 축구의 차세대 간판이 된 두 선배처럼 배준호도 에이스 상징인 '등번호 10'을 달고 당당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당초 이번 대표팀은 스타 선수가 없어 '골짜기 세대'라고 불렸다. 대부분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후보 선수였기 때문이다. 대회 초반까지만 해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나마 소속팀에서 주전급이던 배준호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배준호는 대회 직전 오른쪽 내전근을 다쳤다. 그 여파로 조별리그 내내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배준호는 토너먼트부터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펄펄 날았다. 에콰도르와의 16강전(3-2승)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해결사 역할을 했다. 동료의 패스를 절묘한 오른발 뒤꿈치 턴으로 연결한 데 이어 화려한 개인기로 상대 수비와 골키퍼를 연달아 제치고 득점한 장면은 배준호 활약의 백미였다. 이 골은 FIFA가 주목하는 골 후보에 올랐다. 준결승에서도 여러 차례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며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빗장수비를 허물었다. 그를 막기 위해서 이탈리아 선수들은 거친 반칙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배준호는 이탈리아와의 준결승전과 이스라엘과의 3-4위전에서 연달아 페널티킥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가 얻어낸 페널티킥은 두 차례 다 이승원(20·강원FC)이 키커로 나서서 득점했다. 대회 3골-4도움을 기록한 이승원은 브론즈볼(대회 개인상 3위)을 받았다. 배준호는 "내가 만든 페널티킥으로 두 골을 넣은 (이)승원이에게 '브론즈볼 트로피의 30% 정도는 내 지분'이라고 했다. 승원이가 '고맙다'라고는 했지만, 밥을 한 번 사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2022~23시즌 트레블(3관왕)을 차지한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의 케빈 데브라위너를 좋아하지만, 롤모델 (황)인범이 형이다. 둘의 장점을 합쳐 소속팀과 K리그에서 누가 봐도 공을 찰 찬다고 인정할 만한 선수가 되고 싶다. 이전까지는 어시스트하는 게 좋았는데,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득점하는 데 큰 관심이 생겼다. 프로 첫 골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시안게임, 올림픽, 월드컵 모두 도전하겠다. 때가 되면 더 높은 곳(유럽)을 목표로 하겠다"고 큰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