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까. JTBC ‘닥터 차정숙’을 보며 시원섭섭 개운답답했다. 캔디가 2023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참고 참고 또 참으면 11화까지의 차정숙이 될 것 같아서다. 다시 나 홀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드라마와, 주인공 역할을 멋지게 해낸 엄정화엔 박수를 보낸다. ‘닥터’, 즉 의사 같은 전문직이 아니고, ‘차정숙’ 즉 두 아이를 키워낸 엄마가 아닌 이 사회의 수많은 중년 남녀들에겐 멋진 판타지였다.
차정숙이 되지 않고 홀로 나이 들어가기를 선택한, 또는 선택당한 이들은 후련한 소외감을 느꼈을 수 있다. 이루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래서 다행이라 느끼는 복잡미묘한 감정. 이들의 특징. 외롭지만 괴롭지는 않다는 것. 둘이 있어도 더 외로울 수 있는데도, 외로운 건 괴로운 거라고 사회는 말한다.
1970년생 방송언론인, 탬진 파달이 쓴 『뉴 싱글』은 미국에선 2015년 출간됐지만 2023년 대한민국에도 묵직한 의미를 전한다. 여성에게 있는 그대로 나이 들어도, 굳이 착한 들장미 중년이 되지는 않아도 된다는 내용. 대한민국은 여전히 ‘뉴 싱글’보다 캔디형 차정숙이다.
2019년 나온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밥 먹어』. 제목부터 재미있다. 필명 ‘25일’을 쓰는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밥 먹어, 먹고 먹고 또 먹지 굶긴 왜 굶어.” 그래, 밥은 배불리 먹자. 해 먹어도, 사 먹어도 좋다. 닥터도 아니고 차정숙이 아니어도 괜찮다. 참고 또 참으면 안소니도 테리우스도 만날 줄 알았건만, 결국 안소니도 죽고 테리우스도 떠난다. 들장미 노년이 될 때까지, 참지 말고 행복하자, 대한민국 캔디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