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3대 집창촌이 초고층 주거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1980~90년대 성매매업소 200여 곳이 성업했던 청량리와 강동구 천호동, 성북구 하월곡동 일대다. 최근 재개발을 통해 성매매 밀집지라는 불편한 이미지를 벗고,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집창촌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부동산 시장에선 저평가됐다. 다른 구도심이 뉴타운·재개발로 옷을 갈아입는 데 비해 개발 붐에서 뒤처졌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쇠락기를 맞았지만, 집창촌 내 소유주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추진 속도도 더뎠다. 그러다 2017년부터 이어진 부동산 호황기에 본격적으로 개발 바람을 탔다.
‘미아리 텍사스’가 포함된 성북구 하월곡동 신월곡1구역도 개발을 본격화한다. 지하철 4호선 길음역과 접한 이곳엔 아직 ‘미성년자 출입금지’라고 적힌 팻말이 곳곳에 있다. 신월곡1구역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고 오는 9월께 이주가 목표”라고 말했다. 이후 철거·착공을 거쳐 이르면 2029년 최고 47층 아파트 2244가구와 오피스텔 498실 등의 주상복합으로 탈바꿈한다.
개발 기대감에 투자 수요가 몰린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의 경우 지난 4월부터 두 달여간 30건의 분양권이 팔렸다. 전용면적 84㎡ 매물이 분양가보다 5억원가량 높은 15억원대에 나온다. ‘강동 밀레니얼 중흥S-클래스’ 분양권은 지난 4~5월 5건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성매매 밀집지역은 태생적으로 지하철·철도역과 가까워 교통 여건이 뛰어나다”며 “이런 노른자 입지에 집창촌이 사라지고 초고층 단지가 들어서면 주변의 주거환경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