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워싱턴은 캐나다 산불로 인한 연기·미세먼지로 뒤덮여 ‘코드 퍼플(보라색)’ 경보가 내려졌다. 총 6개의 대기질 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나쁜 단계로, 모두의 건강에 매우 해로운 상태다.
앞유리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던 우버 기사는 “도시 전체가 바비큐를 굽는 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학부모들 휴대전화에는 아이들의 야외 활동을 모두 중단한다는 교육청의 문자 메시지가 떴다. N95, KN95 등급의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권고도 이어졌다.
이날 백악관은 예정했던 행사도 취소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각 주와 관공서의 지침에 귀를 기울이고 실시간으로 대기질 정보를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다행히 주말 내내 서풍이 먼지를 대서양으로 밀어내면서 이 소동은 길지 않게 끝났다.
TV에선 이번 미세먼지로 미국 동부와 남부 주민 1억 명 이상의 건강이 위험에 놓였다고 경고했다. 언제든 산불이 재발할 수 있어 더 문제라고 걱정했다. 이날 워싱턴 일대의 공기질지수(AQI)는 150~230 정도였다.
한국의 경우 겨울철 미세먼지 농도가 좀 심할 때 종종 나왔던 수치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인 2019년 겨울, 48시간 동안 한국 각 지역 AQI가 150~225를 기록했다고 CNN이 보도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온 워싱턴 주재원들 사이에선 “뭐 이 정도에 호들갑이냐”는 이야기가 농담처럼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AQI 150 이상은 ‘매우 심각한 건강 위협’ 단계다. 그대로 일상생활을 하면 담배 6개비를 피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좀 나아지나 싶던 한국 미세먼지는 제자리로 돌아온 모습이다. 지난달엔 급격히 나빠진 초미세먼지 농도에 3년 만에 차량 2부제를 재개했다.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한국 면적의 절반 가까운 숲을 태워야 발생하는 비상 상황이 우리에게만 일상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