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하루 전인 2일 오전 오 렌느 가(Rue aux Laine)에 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사무국에서 사무총장 니콜라 데르농쿠르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결선 12명 중 3명이 한국인입니다. 한국 지원자들은 준비가 잘 돼 있어요. 제출하는 영상물부터 다릅니다. 참 잘 만들어오죠.” 2019년 마틸드 왕비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방문했던 그는 “높은 교육수준, 동기 부여와 재정 투자도 인상적이었다”며 “젊은이들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에 고무됐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보다 왕가와 개인 스폰서들의 도움으로 재정을 유지하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토탈에너지기금·롤렉스·BNP파리바은행·내셔널로터리·벨기에텔레콤 등 기업들의 후원으로 콩쿠르를 꾸려나간다.
데르농쿠르는 이 콩쿠르에서 일한 지 25년이 넘었다. 사무국 인원은 데르농쿠르를 포함해 7명에 불과하다. 많은 부분을 방대한 ‘협업’으로 헤쳐간다. 데르농쿠르는 “유럽과 미국의 많은 이들과 함께한다. TV와 라디오 인력도 우리를 돕는다. 자원봉사자들, 호스트 패밀리도 역할을 한다. 오케스트라, 홀과의 손발도 잘 맞는다”며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본인의 나라에 자부심을 갖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클래식 연주가의 삶은 쉽지 않다. 더 전문적인 환경 속에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수상자들과 공연기획자나 매니저들을 연결해주려 한다”며 협업을 강조했다. 콩쿠르가 끝나면 심사위원들과의 허심탄회한 토의가 이어진다. 예술적인 수준, 작동이 잘된 일들과 바뀌어야 할 일들을 논의한다. “당연한 일들도 다시 생각하고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발전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콩쿠르는 끝났지만 중요한 일들은 계속된다. 오는 25일까지 김태한을 비롯한 수상자들이 벨기에 국내에서 여러 오케스트라와 공연한다. 9월에는 수상자들의 한국 투어, 이후에는 유럽 투어가 예정됐다. 내년에는 미국과 브라질 투어를 하고 5월부터는 바이올린 부문의 콩쿠르가 시작된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일정을 소화하는 사무국 직원들의 열정이 눈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