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에 참여하는 악기에는 오케스트라에 있는 통상적인 악기 외에 스페인 춤곡인 볼레로의 관능적인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색소폰이 필요하다. 먼저 플루트 독주로 시작해 클라리넷, 파곳, Eb 클라리넷, 오보에 다모레, 플루트와 트럼펫, 테너 색소폰, 소프라니노 색소폰과 소프라노 색소폰, 혼과 피콜로와 첼레스타, 오보에와 오보에 다모레와 잉글리쉬 혼 그리고 클라리넷, 그다음 트롬본, 목관 앙상블, 현악기, 현악기와 트럼펫, 오케스트라 전체로 끝을 맺는다.
‘볼레로’는 크레센도의 음악이다. 반복적인 리듬의 토대 위에 구현되는 악상의 점진적인 고양. 하지만 그 점진적인 고양에는 해결이 없다. 사람의 감정을 저 높은 곳까지 올려놓은 다음, 이를 수습하지 않고 마지막에 그냥 폭발해 버린다. 그동안 서양 작곡가들이 얼마나 종결구에 공을 들였는가를 생각하면 라벨의 갑작스러운 종결방식은 무책임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사실 작곡가인 라벨도 딱히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듣는 이의 감정을 꼭대기까지 올려놓았으니 그다음에 무슨 해결방법이 있겠는가. 그저 속수무책으로 폭발하는 수밖에.
진회숙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