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은 대결보다 협력으로 양국과 세계가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정치학자들은 악화한 소득분배, 점점 더 양극화해 가는 대중의 인식, 강경파들이 지지받는 정치환경으로 인해 이러한 합리적 접근방식이 먹히지 않을 것을 우려한다. 역시 맞는 말이다.
양국 갈등 21세기 최대 위험요소
지금 전망 그리 낙관적이지 않아
이 갈등의 향배가 한국 운명 결정
한국 지도자들 낭비할 시간 없어
지금 전망 그리 낙관적이지 않아
이 갈등의 향배가 한국 운명 결정
한국 지도자들 낭비할 시간 없어
미·중 대결에 있어 핵심적 질문은 시간이 누구 편일 것이냐는 것이다. 지난해 말 골드만삭스는 중국경제가 시장환율로 2035년 미국경제를 추월할 것이며, 정점에 달했을 때 미국보다 약 15%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반면 ‘캐피탈 이코노믹스’라는 연구소는 2035년까지 중국이 미국의 90%까지는 성장할 것이나 결코 추월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보다 중국경제의 미래전망이 비관적으로 바뀐 이유는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 과다 부채와 투자 효율성 저하, 시진핑의 권위주의 통치에 따른 혁신 능력과 생산성 제약이 지적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기업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로 중국으로부터 이탈해 공급망을 다변화하려 하며 미국의 핵심기술분야에 대한 대중 견제가 향후 성장의 제약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경제의 강점은 창조적 파괴와 혁신이 지속해서 일어나는 개방경제이며, 법원·정부기관 등 법치에 기반을 둔 조직(institutions)들이 아직 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세계 인구의 4%에도 불구하고 세계 총생산의 25%를 차지하는 이유이며, 이 비중은 중국의 급부상에도 불구하고 1980년 이후 줄지 않았다. 아마도 보다 합리적 전망은 2030년대 중반경 중국과 미국은 거의 대등한 경제력을 갖게 되고 그 후 수십년간 그런 상태가 지속할 것이라는 것이다.
21세기 세계는 주요국의 정치 토양과 언론 환경이 크게 바뀌고 기존의 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혼돈의 시대로 진입했다. 미·중 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시장주도 경제와 국가주도 경제, 동양과 서양과의 경쟁이 21세기 내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주변국들은 합종연횡과 보호주의, 각자도생을 모색해야 할 처지다. 이 모든 움직임은 결국 미래 세계 경제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아무런 국제적 협약이나 규제가 없는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은 미래 세계 모습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과거 영국에서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갈 때는 뿌리와 문화, 언어와 가치를 공유하는 두 나라의 협력적 관계가 순조로운 교체를 가능케 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는 크게 다르다. 초기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미·중 갈등의 전개는 미래 한국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당과 신라, 명·청과 조선, 한미동맹 관계가 이 나라의 진로와 운명에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한국은 두 나라를 잘 아는 나라 중 하나다. 한국만큼 미국 유학생 출신들이 사회지도층에 많은 나라는 없다. 중국은 4000년 역사에서 문화와 전통의 뿌리를 나누어온 나라다. 미·중 갈등은 우리에게 큰 위협이기도 하고, 어느 나라 못지않게 우리의 역할을 세계가 필요로 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도전과 기회를 제대로 뚫고 가기 위해서는 한국의 지성과 정치, 행정 엘리트들이 세계 조류의 흐름을 치밀하게 읽고 좀 더 긴 시계를 가지고 국가전략을 세워나갈 수 있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의 정치 지형과 시민들의 이념, 관점이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할지를 어느 나라보다 정확히 관찰하고 우리의 입지를 정해나가야 한다. 유럽, 일본, 인도, 아시아 신흥국들과의 협력도 넓혀 미래 지구촌 평화 유지에 기여해야 한다.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20세기 못지않은 격동의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그 과정 어디에선가 통일의 기회를 맞을 수도, 전화에 휩쓸릴 수도, 세계열강의 대열에 설 수도 있다. 오늘과 같은 시대에는 길 위에서 전략을 생각하고 대응해야 하며, 그럴 수 있으려면 우리의 지도층이 탄탄한 기초실력과 명철한 통찰력을 갖추어야 한다. 탁상공론과 낡은 이념에 매여 시간을 낭비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조윤제 서강대 명예교수·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