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리처럼 가슴 절제? 따라하지 마세요"…유방암 명의 경고

중앙일보

입력 2023.06.08 05:00

수정 2023.06.08 05:16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노우철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장

‘유방암 명의’ 노우철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장은 “앤젤리나 졸리(아래 사진)가 유전자 변이가 있다고 예방적 차원에서 유방을 절제했지만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만4806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전체 여성암 환자의 21.1%를 차지한다. 게다가 유방암 발생률(연령 표준화)이 2008~2020년 연평균 4.3% 늘고 있다.
 
노우철(61)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장은 1996년부터 유방암과 싸워 왔다. 그간 매년 400~500명씩 1만 명의 환자를 수술했다. 유방암이 위험한 이유는 30~50대 젊은 여성 발병이 많다는 점이다. 노 교수는 2018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폐경 전 유방암 환자 치료 가이드라인’(아스트라 연구)을 직접 발표했다. 그는 “식생활의 서구화 등으로 인해 유방암 환자가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면서도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90%가 완치된다”고 말한다.
 

앤젤리나 졸리

유방암이 왜 증가하나.
“선천적 유전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이 있다. 유방암 환자의 5~10%는 모계 브라카(BRCA·breast cancer susceptibility)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다. 엄마·이모·할머니가 유방암에 걸린 적이 있으면 BRCA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게 좋다. 변이가 있으면 발병 확률이 60%다.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이 유전자 변이가 있다고 예방적 차원에서 유방을 절제했다.”
 
변이가 있으면 절제해야 하나.
“졸리식 절제를 두고 전문가 사이에 의견이 반반 갈린다. 반대론자는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발병하면 완치할 수 있는데 그럴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다. 유전자 변이가 있어도 40%는 발병하지 않는다. 나는 사전 절제에 찬성하지 않는다.”
 
한국에선 어떻게 하나.
“어떤 환자는 절제를 강하게 요구한다. 말려도 다른 병원으로 가서 수술하더라. 건강보험이 안 돼 통계가 안 잡힌다.”
 
후천적 원인은 무엇인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때문이다. 초경은 빨라지고, 폐경이 늦어진다. 결혼·출산이 줄고 모유 수유를 덜 한다. 폐경 후 호르몬 치료를 받는 여성도 늘어나면서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증가해 유방암이 늘어난다. 이건 사회적 요인이다.”
 
왜 폐경 후가 문제인가.
“폐경 전엔 주로 난소에서 에스트로겐이 나오지만 폐경 후엔 지방에서 나온다. 폐경 전후에 체중이 급격히 증가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과 식생활에 신경 써야 한다.”
 
한국유방암학회 ‘유방암 백서 2022’에 따르면 2019년 유방암 환자의 중간 나이는 52.3세다. 30대 2525명, 40대 9601명, 50대 8830명으로 증가하다 60대(5507명)부터 준다.
 
젊은 층에서 증가하나.
“미국·유럽은 60대부터 주로 걸리는데, 한국 등 아시아는 종전부터 젊은 층 발병이 많았다. 한국은 폐경 전 여성이 50%를 차지한다. 우리도 중간 연령이 조금씩 올라가고 폐경 후 발생이 늘면서 서구식 패턴으로 바뀌고 있다.”
 
30, 40대에 유방암은 더 충격이다.
“젊은 여성은 치료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고 암세포가 공격적이다. 악성도가 높고 빨리 자란다. 그렇다고 자책하면 절대 안 된다. 조기 발견해 최선의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유방암 백서에 따르면 2019년 0기에 발견된 환자가 17%를 차지한다. 1기 44.6%, 2기 30.6%, 3기 7.1%, 4기 0.7%다.


조기 발견이 많은가.
“0~2기 조기 유방암이 92.2%다. 조기 유방암은 완치된다. 3기는 림프샘으로, 4기는 간·뼈·폐·뇌 등으로 전이된 경우를 말한다. 최근 10년 새 치료법이 가장 많이 발전한 암이 유방암이다.”
 
멍울이나 통증이 암의 신호인가.
“멍울이 다 암은 아니다. 검사해 봐야 한다. 40세가 넘으면 1~2년마다 하는 게 좋다. 유방 통증은 검사해 보면 아닌 경우가 많다.”
 
가족이 찾아내지 않나.
“남편이 발견해서 오는 경우는 드물다. 목욕탕 세신사(때밀이)나 마사지사가 멍울을 잡아내준 경우가 꽤 많다. 100명 중 5~6명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