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 4주기를 맞은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사건을 영화에 담은 장 자크 아노(79) 감독의 말이다. 선사시대 인류 생활상을 그린 ‘불을 찾아서’(1981), 가난한 프랑스 소녀와 베트남 남성의 사랑을 그린 ‘연인’(1992), 제2차 세계대전 배경의 ‘에너미 앳 더 게이트’(2001) 등 폭넓은 주제를 다뤄온 그다. 수도원 의문사를 다룬 ‘장미의 이름’(1986), 달라이 라마를 그린 ‘티벳에서의 7년’(1997) 등 종교 소재 영화도 만들어왔다.
이번 영화는 4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중심축은 노트르담 대성당을 구하려 10시간 동안 화마에 맞선 무명의 영웅들이었다. 특히 1400℃ 가까운 고온에 노출됐던 소방관들 말이다. 700℃까지 견디게 만들어진 방화복 안은 압력밥솥같은 상태였다고 한다. 지붕에서 녹아내린 납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29일 개봉 영화 '노트르담 온 파이어'
장 자크 아노 감독 화상 인터뷰
실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400억원 대작영화화
국가적 대재난을 불과 4년 만에 극영화로 담은 사례는 드물다. 촬영부터 난항을 겪었다. 실제 노트르담 대성당 테라스와 앞쪽 광장에서 납 노출 위험 보호복을 입고 최소 인원으로 촬영하기도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주인공이 아프면 대타를 찾아야 하는데 노트르담 대성당은 한마디로 상태가 끔찍했어요. 동시대에 지어진 비슷한 양식의 성당(상스·생드니·아미앵·부르주 등)을 찾아 촬영했죠. 불이 붙고 천장이 무너지는 장면은 실물을 본뜬 세트를 지어 카메라 12대를 놓고 찍었어요. 성직자들도 어느 게 진짜인지 헷갈려 하더군요.”
- -사고 당일 촬영된 실제 영상이 포함됐다. 마크롱 대통령도 출연하는데.
영화는 대성당의 화재 감시 경보가 울렸는데도 관계자나 소방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일 처음 출근한 담당자가 화재 지점을 오판한 데다, 평소 시스템 오작동이 잦았기 때문이다. 대성당 보수작업을 하는 일꾼들은 금연 수칙을 무시하고 담배를 피운다. 먼지 쌓인 전선은 비둘기 배설물 등에 노출돼있다. 극을 이끄는 주인공이나 별도 이야기가 없어도, 이런 위태로운 상황들이 긴장감을 준다. 허술한 관리 시스템에 대한 경각심이 강조된다. 소방관, 성직자 등이 힘을 합쳐 성물을 구해내는 과정 또한 긴박하게 그려진다.
- -아직 규명되지 않은 화재 원인을 어떻게 해석하고 영화를 만들었나.
- -이 사건을 영화화하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한국 남대문 화재 가슴아파…예방·점검 중요"
한편으론, “남대문 화재 사건에 대해 알고 있다. 가슴 아픈 일”이라며 영화 주제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영화를 만들고 명예 소방관에 임명됐는데, 세계 어디를 가나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죠. 구조도, 불을 끄는 것도 이미 너무 늦어요. 최초의 오작동, 작은 불씨 같은 문제를 막아야 합니다. 신규 장비로 교체하고 규칙에 대한 교육을 하는 등 예방과 점검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