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패션·유통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업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사업영역을 다각화해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전환을 시도하면서다. 경기 침체기에 기존 사업과 연계해 고객을 모으고, 실적을 방어하겠다는 복안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CJ올리브영은 최근 와인·하이볼 등 주류를 판매하는 매장을 100여 개로 늘렸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 명동·여의도 등 일부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주류를 선보이다가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초 관계사 사옥 매장에서 임직원 대상으로 주류를 취급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호응이 컸다”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은 올 1월부터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와 손잡고 중고거래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만나지 않고 점포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집객 효과로 가맹점의 추가 수익을 기대하면서다. 연내 1만2000여 개 전 점포에 도입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는 패션·뷰티몰로 시작했으나 1000만원을 호가하는 냉장고, 990만원 상당 카메라 등 고가 전자제품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다른 패션 제품을 구매하고 쌓은 포인트로 가전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고객을 겨냥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업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무한 경쟁 시대”라며 “소비 위축과 실적 타격이 우려돼 업계 전체가 돌파구를 찾으려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 기업들의 신사업은 고객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 충성도를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