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오는 7일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경사노위 탈퇴 여부를 공식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노총 측은 “(회의 이튿날인) 8일에 사회적 대화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노사정 대화 불발…한국노총 ‘경사노위 탈퇴’ 논의
하지만 지난달 31일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간부들이 전남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 농성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경찰이 7m 높이의 철제 구조물(망루)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끌어내리려는 과정에서 김 처장이 쇠파이프 등을 휘둘러 경찰을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를 막아서던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도 연행됐다.
결국 한국노총은 노사정 대화를 일체 거부한 뒤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 의지를 다졌다. 2일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사퇴를 촉구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이번 광양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윤석열 정권의 노동 적대 정책, 노조 혐오에서 비롯됐다”며 “탄압에는 더 거센 저항과 투쟁으로 맞받아치며 정권심판의 날을 위해 한 발짝씩 전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유일한 대화 채널마저 단절 위기…노정갈등 심화 국면
문제는 앞으로도 노정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 계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노조 회계 투명화 조치와 관련해 정부가 양대노총 본부를 비롯한 미제출 노조에 대한 현장조사 및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를 이어가고 있고, 반대로 양대노총은 이정식 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특히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 사망사건을 기점으로 노정갈등이 점차 물리적 충돌로 비화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활동도 위태롭다. 연행된 김 사무처장이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9인의 일원으로도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8일 열릴 예정인 3차 전원회의도 파행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근로자위원들은 긴급 성명을 통해 “앞으로 최저임금위 전원회의를 비롯한 회의 파행의 책임은 정부와 경찰에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노사정 대화가 전면 차단된 상황에선 노동개혁 동력도 상실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개혁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노동계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그나마 대화 의지가 있던 한국노총마저 빠지면 내실 있게 개혁 추진이 어려워진다”며 “근로시간제 개편 추진 등을 지켜보는 국민에게도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도 “노정 관계가 파행 국면으로 흘러가면 우리 경제나 사회 안정에 주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