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이슬람 존중"에...'돼지 머리' 내걸었던 주민들 발끈

중앙일보

입력 2023.06.03 09:00

수정 2023.06.0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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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학교 서문 인근 골목가에서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기국밥을 받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이날 돼지고기 잔치는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대현동 주민 중 일부가 주최했다. 중앙포토

홍준표 대구시장이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문제와 관련해 “타 종교를 배척하지 말아야 한다”며 포용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이슬람이 금기하는 ‘돼지’머리까지 시위 도구로 써온 대현동 일부 주민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무슬림이 떠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홍 시장 “이슬람 편견 없어야”

홍 시장은 지난달 30일 대구 동인청사 기자실을 찾아 북구 이슬람사원 건립 갈등에 대해 “‘글로벌 대구’를 위해서는 이슬람에 대한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며 “일부 종교 세력의 반대에 함몰되면 대구의 폐쇄성을 극복할 수 없다. 자신의 종교가 존중을 받으려면 타인의 종교를 폄훼하고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기도 소리가 밖으로 나오는 소음 문제가 있다면 방음벽을 설치해 해결하면 된다”며 “(건립 논란 관련) 북구청이 도움을 요청하면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이슬람 사원 건축 관련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홍 시장은 “테러리스트라는 극단적인 이슬람은 시아파 중에서도 0.1%도 되지 않는다”며 “더는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고 썼다. 
 

3년째 이어진 이슬람사원 건축 갈등

북구 대현동의 이슬람사원 건축을 두고 무슬림과 주민들은 3년째 갈등을 빚어왔다. 북구는 2020년 9월 이슬람사원 건축을 허가했다. 이 시설은 북구로부터 ‘2종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사원은 2층 규모(연면적 245.14㎡)로 지을 예정이었다. 


처음에는 공사가 문제없이 진행됐지만, 철골 구조물이 설치되고 이슬람사원 외형이 갖춰지자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와 소음 등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했다. 북구는 공사를 중단시켰다. 이에 이슬람사원 건축주 측은 공사 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지난해 9월 대법원은 건축주 손을 들어줬다. 현재 공사는 재개됐으며 이르면 이달 준공될 예정이다. 
 
공기가 마무리될수록 주민 반발도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홍 시장의 발언과 상관없이 건축이 무산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홍 시장 집 앞에 이슬람 사원을 건축하면 되지 않느냐”, “사원에서 내려다보면 집 마당이 훤히 보인다”, “방음은 가능하지 않다” 등 불만을 나타냈다.  

대구 북구 대현동에 건축 중인 이슬람 사원. 사원 바로 옆에 가정집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이슬람 금기하는 '돼지'고기로 시위 벌여 

이슬람권에서는 돼지를 금기시한다. 불경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대책위는 앞서 2월 2일 골목에서 돼지고기 수육 파티를 열었다. 죽은 돼지의 머리를 걸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예 돼지 새끼를 입양해 골목에서 산책을 시키겠다는 방법도 나왔다. 한쪽에선 이를 두고 이슬람을 향한 ‘혐오시위’란 비판도 제기됐다.
 
이슬람사원이 건축되면 대부분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이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150~200명 정도다. 이들은 “종교적 자유를 존중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무아즈 라작 경북대 무슬림 학생공동체 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열린 기자회견에서 “학교와 가까운 곳에 기도할 공간이 있으니 공부하면서 종교적 의무(하루에 다섯번 기도)를 이행하기도 편하다”며 “혐오와 차별을 제발 멈춰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