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시사급발진’의 운영자가 방송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재명 퇴진’ 발언을 언급하더니, 돌연 개XX 등 온갖 비속어를 쏟아냈다. 그의 욕설은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이재명밖에 없다고! XX같은 X아!”로 마무리됐다.
지난 3월 16일 올라온 이 쇼츠 영상 조회수는 100만을 넘겼다. 시사급발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도 여러번 소개된 유튜브 채널이다. 재명이네 마을 회원들은 욕설 영상에 “속이 뻥 뚫리는 찰진 욕”, “몇 번을 들어도 좋다”, “쌍욕을 듣고 눈물 흘려보긴 처음” “구독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원욱 의원의 문자 테러가 옮겨붙은 ‘징계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에 팬덤의 욕설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며 이 대표를 향해 “이분을 자랑스러운 민주당원으로 여길 수 있겠나. 이걸 보시고도 강성 팬덤과 단절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라고 물었다. 민주당은 진상조사를 거쳐 문자 발신자가 당원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서은숙 최고위원이 24일 최고위원회의서 “당의 징계가 일반 당원에게만 엄격하고 국회의원에게는 느슨할 수는 없다”며 “(이 의원은) 무슨 근거로 그 문자를 보낸 사람을 개딸 당원으로 단정해 당 대표에게 개딸과 절연하라고 요구했는지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욕설 문자 발신자가 유튜브 채널 구독자라는 주장도 나왔다. ‘최한욱TV’는 지난달 21일 방송에서 “저 문자를 제가 안다. 제가 한 얘기, 똑같은 내용의 문자를 저한테도 보내신다”고 말한 뒤, 다음날 “최○○님 정말 수고하셨다. 문자 하나로 대한민국 언론을 움직이고 있는 우리 최○○님”이라며 발신자 이름을 공개했다. 문자 발신부터 징계 요구까지 모든 사안이 이 대표 팬덤 영역에서 굴러가며 부풀려진 정황이 제기된 것이다.
유튜버들은 내년 총선 민주당 공천에도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이동형TV 출연진은 지난달 17일 방송서 “우리도 전쟁이야, (총선 관련) 이제는 다 해줄 테니까”라더니 일부 원외 인사들을 거명하면서 “정춘숙 잡으러 간다면 뒤에서 밀어주겠다”, “송갑석 지역구로 나간다고 그러면 환영받을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과 송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 때 이 대표 출마에 공개 반대했던 인사다.
구독자 23만명의 ‘닥쳐라정치’는 지난달 28일 설훈·김종민·이원욱·이상민·전해철·홍영표 등 비명계 의원의 사진을 제시하면서 “이 대표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수박'(비명계를 칭하는 은어)을 전부 경선지역으로 보내 당원이 싹 심판할 수 있게 판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세계적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도 유튜브 정치 팬덤에 대해 ‘굉장히 자유주의적인 것으로 보이나, 이면에는 권위주의적 동기가 깔려있다’고 말했다”며 “팬덤이 정치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정치인이 팬덤을 이용하는 게 팬덤 정치의 실상”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이 시민이나 당원 목소리에 권위를 부여해 그에 따르는 것처럼 말해도, 결국은 자기 권력을 확보하겠다는 욕망이 유튜브 팬덤 정치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극우 유튜버 손잡았다가 총선 참패한 與…“준석이 양XX” 막말 여전
“아스팔트 우파한테 매달렸다가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내준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행태하고 비슷하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이 지난달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강성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꼬집었다. 유튜버와 밀착하는 민주당 모습이 과거 한국당과 닮았다는 분석이다.
한국당은 2017년 탄핵 사태 이후 ‘아스팔트 우파’ 유튜버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2019년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당대표 후보들이 일제히 ‘신의한수’, ‘정규재TV’ 등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당내에선 “언론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하지 않지만, 유튜브는 꼭 할 말을 한다”(홍준표 대구시장) 등 시각이 팽배했다.
황교안 전 대표 취임 후엔 당 공식 행사에 유튜버를 초청하는 일도 늘었다.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사무처에 “1인 유튜버의 자유로운 국회 본청 출입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선거법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며 황 전 대표가 단식농성에 들어가자 ‘신의한수’(구독자 146만명), ‘이봉규TV’(구독자 수 81만5000명) 등은 단식현장을 매일 생중계했다. 황 전 대표가 병원에 이송됐을 때 당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는 ‘신의한수’ 촬영 영상을 그대로 내보냈다.
그런 한국당의 기류가 바뀐 건 미래통합당 이름으로 치른 2020년 총선 직후부터다. 당시 통합당은 103석에 그치며 참패했다. 하지만 총선 압승을 예상했던 유튜브를 중심으로 ‘총선 부정선거론’이 터져나왔다. 당내에서는 “선거 불복으로 비칠 수 있어 걱정스럽다”(장제원 의원)는 거부감이 늘었다. 당시 김무성 전 의원은 인터뷰에서 “아스팔트 태극기 부대가 엄청나게 큰 사이즈인 줄 알았는데 투표해보니까 아니라는 증명이 됐다”며 극우 유튜버를 “돈 벌어먹으려는 놈들”, “썩은 놈들”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김종인 비대위에 이어 부정선거 주장을 “음모론”이라고 선을 그은 이준석 지도부에서도 유튜브의 영향력은 서서히 약화됐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최근 당 행사에 유튜버는 하나도 안 온다”며 “강성 유튜버가 등 돌리는 게 두려우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지도부가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린 것도 이런 기류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강성 보수 유튜버는 여전히 국민의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지난 2월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가로세로연구소’(구독자 81만여명) 김세의 대표, ‘강신업TV’(구독자 14만여명) 강신업 변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극우 성향 전광훈 목사는 지난 4월 유튜브를 통해 ‘국민의힘 점령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엔 ‘이봉규TV’, ‘폴리티코 정치연구소’, ‘차명진TV’ 등이 이준석 전 대표의 하버드대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차명진 전 의원은 이 전 대표를 향해 “저잣거리 양XX도 그렇게는 안 싸운다”는 비속어를 내뱉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하버드대 졸업장을 공개하며 “제발 유튜브를 끊으라고 인간들아”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직 당에 극우 유튜버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건 사실”이라며 “중도확장을 위해 극우 유튜버와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한국당은 2017년 탄핵 사태 이후 ‘아스팔트 우파’ 유튜버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2019년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당대표 후보들이 일제히 ‘신의한수’, ‘정규재TV’ 등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당내에선 “언론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하지 않지만, 유튜브는 꼭 할 말을 한다”(홍준표 대구시장) 등 시각이 팽배했다.
황교안 전 대표 취임 후엔 당 공식 행사에 유튜버를 초청하는 일도 늘었다.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사무처에 “1인 유튜버의 자유로운 국회 본청 출입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선거법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며 황 전 대표가 단식농성에 들어가자 ‘신의한수’(구독자 146만명), ‘이봉규TV’(구독자 수 81만5000명) 등은 단식현장을 매일 생중계했다. 황 전 대표가 병원에 이송됐을 때 당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는 ‘신의한수’ 촬영 영상을 그대로 내보냈다.
그런 한국당의 기류가 바뀐 건 미래통합당 이름으로 치른 2020년 총선 직후부터다. 당시 통합당은 103석에 그치며 참패했다. 하지만 총선 압승을 예상했던 유튜브를 중심으로 ‘총선 부정선거론’이 터져나왔다. 당내에서는 “선거 불복으로 비칠 수 있어 걱정스럽다”(장제원 의원)는 거부감이 늘었다. 당시 김무성 전 의원은 인터뷰에서 “아스팔트 태극기 부대가 엄청나게 큰 사이즈인 줄 알았는데 투표해보니까 아니라는 증명이 됐다”며 극우 유튜버를 “돈 벌어먹으려는 놈들”, “썩은 놈들”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김종인 비대위에 이어 부정선거 주장을 “음모론”이라고 선을 그은 이준석 지도부에서도 유튜브의 영향력은 서서히 약화됐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최근 당 행사에 유튜버는 하나도 안 온다”며 “강성 유튜버가 등 돌리는 게 두려우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지도부가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린 것도 이런 기류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강성 보수 유튜버는 여전히 국민의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지난 2월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가로세로연구소’(구독자 81만여명) 김세의 대표, ‘강신업TV’(구독자 14만여명) 강신업 변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극우 성향 전광훈 목사는 지난 4월 유튜브를 통해 ‘국민의힘 점령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엔 ‘이봉규TV’, ‘폴리티코 정치연구소’, ‘차명진TV’ 등이 이준석 전 대표의 하버드대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차명진 전 의원은 이 전 대표를 향해 “저잣거리 양XX도 그렇게는 안 싸운다”는 비속어를 내뱉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하버드대 졸업장을 공개하며 “제발 유튜브를 끊으라고 인간들아”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직 당에 극우 유튜버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건 사실”이라며 “중도확장을 위해 극우 유튜버와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