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해쳐보고 싶다” 자백 피의자 어긋난 욕망
정유정은 당초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하지만 가족과 경찰 설득에 전날 밤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등에게 사과의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 보낼게요” 교복 입고 찾아갔다
경찰에 따르면 체구가 작은 편인 정유정은 과외 앱을 통해 혼자 사는 여성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A씨를 알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유정이 A씨와 대화를 나누며 다른 사람은 없는지 확인한 뒤 준비한 흉기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신 없는 살인’ 검색하며 완전범죄 노렸다
다시 집을 나선 정유정은 택시를 잡아타고 경남 양산 낙동강 변으로 가 시신을 유기했다. 하지만 나머지 시신 처리 등을 위해 캐리어는 버리지 않았다. 행색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정유정을 찾았을 땐 A씨 신분증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 시신을 유기한 곳은 그가 평소 산책하던 곳이라고 한다.
전문가 “사이코패스 성향 짙다”…경찰 신상공개했다
범죄심리 전문가인 조영일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사람을 해치고 싶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온라인에서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대상자를 물색한 점에서 사이코패스 기질이 짙어 보인다”며 “시신 유기는 다음 단계(범행)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이며 연쇄살인 성향도 지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이어 “유년 시절 환경 등 개인적 사유로 쌓여있던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폭발하듯 분출되며 살인으로 이어졌다. 예상하고 대비책을 세우기 어렵다는 게 이 같은 사건의 특징”이라며 “수년간 단절된 생활을 한 것도 정유정에게 악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족이 아닌 타인이 미리 이런 위험을 감지하고 돕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반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 사건은 얼핏 치밀하게 계획된 것처럼 보이지만, 시신을 유기하려고 택시를 탔다가 적발되는 등 곳곳에서 정유정의 현실 감각이 매우 떨어지는 점이 드러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이나 비슷한 또래 아이를 둔 부모가 그렇다. 사건 발생 현장 인근 원룸에 사는 여대생 B씨는“실제 해당 앱을 사용해 과외 학생을 찾는 친구들이 많은데 정유정이 피해자를 물색하고 접근한 방식에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 불안하다"라며 “유사 수법으로 다른 범행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1일 내ㆍ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정유정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되고, 유사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등 공공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한 것은 2015년 10월 부산 서면 실탄 사격장에서 일어난 총기 탈취 사건 이후 약 8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