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책처는 2018년부터 법률로 인한 재정소요 보고서를 매년 내놓고 있다. 지금껏 여섯 차례 보고서가 나오는 동안 세수 감소 영향이 연평균 1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회 통과 법안으로 인한 재정소요 증가 폭도 역대 최대 규모로 조사됐다.
다만 재정지출 부담으로만 보면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에 가결된 법률로는 5년간 연평균 11조8779억원의 재정지출이 늘어났다. 당시 주거급여 수급 요건을 변경해 연평균 7695억원, 출퇴근 사고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법 개정으로 연평균 6806억원의 지출이 각각 증가하는 등 의료·복지 지출이 대거 늘었다. 이후에도 2018년 법안 가결로 추가 재정지출 증가 폭이 연평균 9조6103억원에 달하는 등 지난 정부에선 돈을 더 많이 쓰는 법안이 주를 이뤘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기보단 국민과 기업의 조세 부담을 줄이는 쪽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재정지출 증가 폭은 역대 최저지만, 조세 수입 감소 폭은 역대 최대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연평균 16조원이 넘는 조세 수입 감소액의 절반 이상(50.2%)은 조특법 개정 영향이다. 예컨대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를 강화하면서 연평균 1조7710억원의 국세 수입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계됐다.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으론 연 1조6373억원씩 세금이 덜 걷힌다.
여기에 과세 표준별로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낮추면서 연평균 3조1319억원의 국세 수입이 줄어들 전망이다.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등 소득세법 개정으로는 5년간 연평균 2조6992억원의 세수가 감소한다. 모두 지난해 윤 정부가 추진한 첫 세법 개정에 포함된 내용이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관리재정수지(재정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 제외)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감면 실적이 없거나 감세 효과를 증명하지 못하는 법안부터 우선 없애야 재정 건전성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