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누락 책임 안 져"
통일부는 해당 대목에서 "통일부는 이 보고서에 담긴 수치, 분석, 의견 등 정보의 정확성, 완결성, 신뢰성, 적시성에 대해 보증(warrant) 하지 않는다"며 "통일부는 어떤 오류나 누락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어 "통일부는 이 보고서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직·간접적 피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통일부는 "북한 인권 분야의 공신력 있는 기초 자료로 해외에서도 널리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지난달 26일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을 발간했다. 해당 영문판은 이후 한 달 동안 통일부 웹사이트에 게시된 상태다.
"정부도 담보 못 하는데…"
국제법을 전공한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려는 취지로 발간한 인권보고서에 면책 조항이 들어있으면 주한 공관을 비롯해 외국에서도 보고서의 내용을 얼마나 신뢰했을지 의문"이라며 "불필요한 조항을 삽입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TJWG) 법률분석관은 "법령이 아닌 정부 이름을 걸고 발간하는 보고서에 정확도, 완성도, 신빙성, 적시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면책 조항이 들어간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담보 못하는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사후 대응도 오락가락
그러다 같은 날 오후 다시 입장을 바꿔 "서양에서 북한 인권보고서의 내용이 잘못 받아 들여질 소지가 있어 법적 고려를 거쳐 면책 조항을 넣은 것으로 향후 공개할 영문판 최종본에도 해당 조항을 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인권보고서의 동일한 내용을 두고 번역 여부에 따라 동·서양이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간 쫓기자 '면책' 장치
통일부는 외부 용역이나 지원 없이 내부 인력을 중심으로 445페이지의 국문 보고서를 554페이지의 영문으로 번역했다고 한다. 외부에 번역을 맡길 경우 늦어지면 연말까지 영문판 발간이 연기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북한인권보고서 번역을 위해 당초 확보된 별도의 예산도 없었던 것도 문제로 꼽힌다. 통일부 내부에선 영어뿐 아니라 인도어·프랑스어·중국어·스페인어 등 주요 5개국 언어로 번역하는 방안도 당초 검토했지만, 언어당 1억원이 넘게 든다는 계산 끝에 무산됐던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