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반도체 수출 부진 등 정보기술(IT) 경기 위축이 심화된데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한국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 시점도 예상보다 지연되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부진과 중국 관광객의 국내 유입이 느리게 개선되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재화수출은 상반기에 바닥을 찍고 점차 개선돼 연간으론 0.4%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상반기에는 -2.3%를 예상했는데, 올해 초 자동차 수출이 ‘깜짝’ 호조를 보이면서 직전 전망치(-4%)보다는 감소폭을 줄였다. 하반기에는 반도체 등 IT품목 부진이 이어지겠지만 중국 리오프닝 파급효과 등에 힘입어 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외건전성 지표인 경상수지는 1분기 44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연간으로는 24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거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 경기가 점차 좋아질 거라는 ‘상저하고’ 전망은 유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분기 정도 연기되는 측면은 있지만 아직은 상저하고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작년 4분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어렵고 하반기로 가면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고 그 흐름은 변화가 없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은은 주요 경제 지표의 '시나리오 분석'도 제시했다. 중국 경제의 회복이 지연되고 선진국 금융불안이 확대되는 최악 시나리오에서 올 성장률은 기본 1.4%에서 1.1%까지, 물가 상승률은 기존 3.5%에서 3.3%까지 낮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중국의 성장 동력 강화되는 최선의 경우에는 성장률이 1.6%로, 물가 상승률도 3.8%로 높아진다고 추정했다.
한편 한은은 내년 성장률은 2.3%, 물가 상승률은 2.4%로 전망했다. 지난 2월 전망치보다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석 달 전에 비해 물가 안정세는 예상보다 빨라지겠지만 경기 회복 속도는 당초 예상에 비해 느릴 것으로 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