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어로 ‘장미’를 뜻하는 마와르는 중심기압이 925hPa(헥토파스칼)에 달하는 매우 강한 태풍이다. 미국 기상청은 마와르를 최대 지속 풍속이 시속 241km를 넘는 4등급 태풍으로 분류했다. 4등급 태풍이 괌에 접근하는 건 2002년 ‘퐁사나’ 이후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괌에 대한 비상선언을 승인했다. 루 레온 게레로 괌 주지사는 저지대·해안 거주 주민 15만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서로 생필품·음식을 나누면서 고립 생활을 견디고 있다.
"혈압약·기저귀 찾아요"…단전·단수로 식량도 부족
단전·단수로 식당이나 마트가 문을 닫으면서 부족한 식량과 생필품은 서로 나누며 버티고 있다. 가족여행지로 인기가 높아 노약자나 임산부·영유아가 많은 만큼 특히 약이나 분유 등이 급한 상황이다. 김씨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은 기저귀도 없고 분유도 없어서 서로 있는 걸 나눠쓰고 있다. 저도 오전에 잠깐 연 마트들을 찾아서 생수는 샀지만, 라면은 다 동난 상태였다”고 했다.
80대 어머니를 모시고 세 자매가 함께 괌 여행을 온 손수연(51)씨는 “엄마가 당뇨약·혈압약·무릎 약 등을 매일 드셔야 하는데 처방이 필요한 약이라 구할 수가 없다”며 “열이 나는 아기들도 많고 아픈 사람이 계속 나온다. 밤에 다 로비에 내려와있었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호텔마다 투숙객들이 연장 투숙을 하게 되면서 방이 부족해 노숙에 가까운 상황에 몰리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김씨는 “방을 못 구한 사람들은 호텔에서 회의실을 제공해서 간이침대를 놓고서 자기도 하고, 로비나 소파에서 자기도 했다”고 했다. 한 관광객은 “이 호텔 저 호텔을 돌아다니며 방을 찾으러다니고 있다. 체크인을 못 해 로비에서 기다리는 인원만 나를 포함해 30명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음식과 물도 부족하다. 홀을 열고 무료 식사를 제공한 호텔도 있지만, 일부 호텔은 식사를 제공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투숙객들은 라면·과자 등을 구하기 위해 열려 있는 마트를 수소문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단수된 호텔도 있어 투숙객들은 화장실 이용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온 회사원들은 “이러다 직장에서 잘릴 것 같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자영업자 김모(30)씨는 “토요일부터 예약이 차 있었는데 손님들에게 하나하나 전화드려서 일정을 미루고 있다. 함께 여행 온 친구들도 회사에 상황을 설명하거나 대신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김모(41)씨는 “우선 가지고 있는 연차를 전부 소진하고 아이들 학교에도 사정을 설명했다. 완전히 갇혔다. 귀국편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6월 1일까지 공항 복구…연이어 결항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 하갓냐 출장소의 공관 직원 3명 전원이 비상근무 중”이라며 “태풍에 따른 단전·단수와 비행기 결항으로 불편한 점이 있긴 하나, 우리 국민 안전에 큰 어려움이나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