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몽골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중국에 보내는 ‘시베리아의 힘-2’ 추진을 위한 협의도 이날 열린 리창(李強) 중국 총리와 회담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러 정상회담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2030년까지 러시아 가스 최소 980억㎥와 1억 톤의 액화천연가스를 공급하겠다”며 “몽골을 통과하는 ‘시베리아의 힘-2’ 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베리아의 힘-2’ 파이프라인의 연간 운송 능력은 500억㎥에 달한다.
미슈스틴 총리는 미국 주도의 금융 제재 회피를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도착 첫날 상하이에 위치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신개발은행 본부를 찾아 지난 3월 신임 행장에 취임한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총리는 “브릭스 신개발은행의 주요 설립 목적의 하나가 브릭스 회원국 사이의 경제 무역이 서방 집단의 불법 제재 영향을 피하도록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보도했다.
미슈스틴 총리는 중국과의 무역 확대, 특히 에너지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베이징과 에너지 협력은 ‘러시아의 무조건 우선 사항’이라며 천연가스, 액화천연가스, 석탄 수출이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고 강조했다.
서구의 러시아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러 무역은 폭발적 증가세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은 대러시아 수출 96억 달러를 기록, 지난해 4월(약 37억8400만 달러) 대비 254% 급증했다. 지난 2020년 11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대러 무역 흑자 전환이다.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면서 382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봤다. 지난해 중·러 무역총액은 1903억 달러로 전년 대비 29.4% 증가했다. 올해 1~4월 무역액은 전년 1~4월과 비교해 41.3%의 성장세를 보인다.
이번 미슈스틴 총리의 방중은 두 가지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제재 강화에 맞서는 효과가 첫째다. 또 다른 효과는 서방의 여론 공세에 대한 반박이다. 지난 18~19일 중국 시안(西安)에서 개최된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을 겨냥해 서구 언론이 중·러 관계의 틈새 도발을 노렸지만, 러시아는 이번 미슈스틴 총리의 중국 방문이 가장 효과적인 반박 효과를 거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슈스틴 총리의 방중으로 중국의 중재외교가 퇴색했다. 올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회복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중국이 과시했던 중재외교는 설득력을 잃게 됐다. 23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리후이(李輝) 유라시아 특사가 프랑스 외교부 국장급과 회담을 가졌다고 중국 외교부가 발표했지만 내세울만한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