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2천만원' 하늘 위 호텔…'블핑 전세기' 탄 장관에 英발칵

중앙일보

입력 2023.05.23 14:03

수정 2023.05.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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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8일간 중남미 순방길에 오른 제임스 클리버리(53) 영국 외무장관이 시간당 최대 1만2000파운드(약 2000만 원)짜리 최고급 전세기를 타 논란이 일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 상황을 외면했다는 야당 비판이 쏟아졌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이 초호화 순방에 나섰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클리버리 장관이 지난 20일 중남미 순방차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 도착해 콜롬비아 주재 영국대사의 환영인사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트위터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클리버리 장관은 지난 18일부터 8일간 독일 VIP 항공기 전문업체 에어함부르크로부터 빌린 브라질제 최고급 비즈니스용 비행기 '엠브라에르 리니지 1000E'를 타고 브라질·자메이카·콜롬비아·칠레 등 중남미 4개국으로 해외 출장을 떠났다. 지난 20일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 도착한 클리버리 장관이 해당 전세기에서 내려 콜롬비아 주재 영국대사의 환영을 받는 모습이 공개됐다.
 
클리버리 장관이 탑승한 전세기의 대여료는 연료를 포함해 1시간당 1만~1만2000파운드(약 1600만~2000만 원) 수준에 달한다. 대형TV가 있는 라운지 공간과 퀸사이즈 침대·개인 욕실이 완비된 마스터 스위트룸 침실을 갖추고 있다. 승객 최대 19명과 승무원 3명 등이 탑승 가능하다. 다만 클리버리의 순방에 비서 등 수행원이 몇 명이나 동행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드라마 '석세션 시즌2'에서 등장인물이 '억만장자의 비행기'로 알려진 브라질제 최고급 비즈니스 비행기 '엠브라에르 리니지 1000E'에 오르고 있는 모습. 가디언 캡처

해당 전세기는 미국의 인기 드라마 '석세션(세습)' 속 억만장자 일가가 타고 나오면서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급 제트기'로 유명해졌다. 한국에선 유명 걸그룹 '블랙핑크'가 이 전세기를 타고 월드투어 콘서트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8일간 클리버리의 중남미 출장 비용은 34만8000파운드(약 5억 6700만 원)일 것으로 추산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021~2022년 역대 영국 외무장관들이 개인용 제트기를 대여하거나 정부의 장관용 비행기를 이용해 해외 출장을 다녀온 건수는 31건으로, 총 비용은 460만 파운드(약 75억 원)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하면 출장 한 건당 14만 파운드로, 이번 클리버리 순방 비용이 두배를 훌쩍 넘는다.
 

대여료가 시간당 최대 2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브라질제 최고급 비즈니스 비행기 '엠브라에르 리니지 1000E'. 가디언 캡처

이를 두고 야당에선 "터무니없는 사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에밀리 손베리 노동당 의원은 "영국민들이 생계에 허덕이며 낸 세금으로 억만장자와 팝스타들이 애용하는 고급 제트기를 택해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이는 리시 수낵 정부가 대중과 얼마나 단절됐는지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클리버리 장관은 중남미 지역에 있는 영국 대사관들이 각 국가와 수교 200주년을 맞이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출장을 떠났다. 그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카리브해와 남미를 방문한 최초의 영국 외무장관이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이 지난 20일 콜롬비아에 도착한 모습. EPA=연합뉴스

 
논란이 일자 영 외무부는 "외무장관은 영국의 국익을 추구하기 위해 해외 출장을 가도록 요구된다"라며 "이 경우는 가장 시간 효율적인 수단이었으며, 모든 출장시 비용 대비 가치를 고려하며 투명성을 위해 정기적으로 비용을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