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코로나 청구서’…은행·비은행 모두 연체율 급증

중앙일보

입력 2023.05.23 00:03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출 급증과 금리 상승 여파가 시차를 두고 본격화되면서 주요 금융회사의 연체율이 모두 상승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월 말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평균 0.304%다. 한 달 전(0.272%)보다 0.032%포인트, 1년 전(0.186%)보다 0.118%포인트 상승했다. 4월에 새로 발생한 연체액을 전월 말 대출 잔액으로 나눈 신규 연체율(평균 0.082%)과 부실 대출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 비율(3개월 이상 연체, 평균 0.25%)도 올해 3월과 지난해 4월보다 소폭 상승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은행별 내부 집계에 따르면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 등은 이미 3~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A은행의 4월 가계대출 연체율(0.32%)은 2018년 4월(0.32%)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고, B은행의 4월 기업대출 연체율(0.46%)은 2020년 3월(0.53%) 이후 최고치였다.
 
은행보다 저신용자나 다중채무자 비중이 큰 2금융권 연체율은 오름세가 더 가파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 업계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5.1%로, 지난해 말(4.04%)보다 불과 3개월 새 1.1%포인트 올랐다. 이 비율이 5%를 넘어선 것은 연말 기준으로 2018년(5.05%)이 마지막이다.


올해 1분기 연체율도 5.1%로 잠정 집계됐다. 5%를 웃도는 연체율은 2016년 말(5.83%) 이후 약 6년여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말(3.4%)과 비교하면 3개월 새 1.7%포인트 올랐다.
 
카드사도 리스크 관리가 ‘발등의 불’이 됐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4조1210억원으로, 작년 말(33조6450억원)보다 약 5000억원 증가했다. 2019년 말 29조원대에서 점차 늘고 있다. 연령별로는 50대의 카드론 잔액이 10조995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일종의 극약 처방인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도 증가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카드사(신한·삼성·KB·롯데·우리·하나·현대)의 올해 4월 리볼빙 잔액은 7조1729억원으로 지난해 4월(6조2740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일부만 갚으면 나머지는 결제일을 미룰 수 있는 서비스다. 연체로 인한 신용점수 하락은 막을 수 있지만 이자가 최대 연 20%에 달한다.
 
올해 1분기 카드대금,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을 뜻하는 카드사의 연체율은 대부분 1%를 넘겼다. 주요 카드사 중엔 롯데카드(1.49%)가 가장 높았고 신한카드(1.37%), 우리카드(1.35%)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금융권의 연체율이 하반기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3.5% 수준인 기준금리를 하반기까지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연장, 이자 상환유예 조치도 오는 9월 이후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될 기미는 잘 안 보이는 데다 전기·가스요금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어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며 “성실하게 대출금 일부라도 상환해 온 경우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금융권이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