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반시장정책 등으로 산업계와 다소 소원했던 지난 정부와 달리, 이번 정부 들어 민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통상 대응 능력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핵심광물·공급망 주요국과 연대
올해 TIPF 20개 이상 체결 목표
첨단산업 국내 투자 증가 추세
‘아시아 투자 허브’ 적극 홍보
올해 TIPF 20개 이상 체결 목표
첨단산업 국내 투자 증가 추세
‘아시아 투자 허브’ 적극 홍보
안 본부장은 “FTA가 돼 있으면 경제 영토라고 하고 FTA가 안 돼 있으면 무슨 황무지처럼 취급했는데, 이들 국가들도 핵심 광물이나 공급망 등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가 많다”고 했다. TIPF를 통해 우리나라와 우리 산업에 대한 이들 국가의 관심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안 본부장은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과 TIPF를 맺었고 UAE와는 바이오 EPA, 디지털 EPA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금은 ‘새 브레턴우즈 모멘트’
◆통상 환경의 대전환=참석자들은 미·중 패권 경쟁과 자국 우선주의 확산으로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미국은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핵심원자재법을 들고 나왔다. 산업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디지털·그린 전환이라는 새로운 규범을 둘러싸고 샅바 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 “비등비등”
“가까운 인접 지역인데 FTA를 맺지 않은 곳은 한·중·일밖에 없다”(김종범 연대 교수)는 지적에 안 본부장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한·중·일이 들어가 있어 인프라는 갖춰져 있지만, 각국의 주요 산업과 관련해 상당 부분 양허가 지연됐거나 예외로 한 부분이 있어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투자 허브’ 노린다=안 본부장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의 큰 성과로 59억 달러 투자 유치를 꼽았다. 그는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가 305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며 “한국에 이런 첨단산업의 투자 유치가 안 되면 미래가 없다”고 했다. “기업하기 힘든 한국의 노사 환경이 잘 알려져 있는데도 반도체 장비나 연구개발(R&D)센터 등 첨단산업의 한국 투자가 최근 늘고 있는 건 우리 기술과 미래 성장성을 보고 들어오고 있어서다. 미국의 리딩 기업이 들어오면 유럽과 일본 기업도 따라온다. 우리가 ‘아시아의 투자 허브’라는 메시지를 해외에 계속 알리고 있다.”
한·미 FTA 같은 게임체인저 나와야
김계환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유럽에 이어 미국도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이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을 얘기하는 건 톤다운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이라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사우스(신흥국과 개도국)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송영관 KDI 선임연구위원은 “국제 관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친구도 없다”며 “중국이 제조업 기반이 있는 나라와 체결한 FTA는 우리가 거의 유일한데, 현재 낮은 수준으로 체결된 한·중 FTA의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대중 관계에 활용할 방안은 없을지 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덕근 본부장=1968년생. 서울대 국제경제학과(86학번)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제학·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지내며 국제통상 관련 정책 자문을 활발하게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