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겐 '봄데'란 기분나쁜 별명이 있다. 3월에 열리는 시범경기에서 가장 많이 1위(11회)에 올랐고, 4월에 잘 나가다가도 추락할 때가 많아서다. 지난해에도 4월을 2위로 마감했지만, 5월엔 3할대 승률에 그쳤다. 결국 2018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는 다르다. 4월 20일 KIA 타이거즈전을 시작으로 9연승을 달렸다. 9연승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이끌던 2008년 이후 무려 15년 만이다. 내친 김에 1위 자리에도 올랐다. 20경기 이상 치른 뒤 롯데가 선두로 나선 건 201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5월 중순이 되어서도 롯데는 SSG, LG 트윈스와 함께 '3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야구단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SSG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구 사랑' 못잖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모기업인 롯데지주는 지난해 190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지난 겨울엔 외부 FA만 3명(유강남, 노진혁, 한현희)을 영입했다. 신 구단주는 최근 선수단 전원에게 "지금처럼 ‘하나의 힘’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으로 후회없이 던지고, 치고, 또 달려주십시오. 끝까지 응원하고 지원하겠습니다"란 편지를 선물과 함께 전했다.
조현봉 롯데 홍보팀장은 "19일 1만9011명이 입장했다. 올시즌 주중 경기 최대 관중"이라고 설명했다. 열기는 이어졌다. 20일에는 경기 전에 매진(2만2990석)됐고, 21일에도 경기 시작 후 30분에 입장권이 모두 팔렸다. 주차대란도 일어났고, 5회 종료 후 클리닝 타임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만 10분 이상이 소요됐다.
이번 3연전은 '부산 시리즈'로 명명됐다. 입장권 가격이 평소보다 1만1000원 비싸지만 관객 전원에게 붉은색 동백 유니폼을 선물했다. 말 그대로 붉은 물결로 가득했다. 원정팀 SSG 선수단은 롯데를 배려해 초록색 홈 얼트 유니폼을 착용했다.
사직구장의 별명은 '지구 최대의 노래방'이다. 2만여명이 하나 된 목소리로 함께 노래하고, 춤춘다. 19일 경기도 1회부터 선제점을 뽑자 들끓어올랐다. 4회 말 고승민의 안타와 안치홍의 2루타가 터지자 사직구장은 떠나갈 듯 했다.
'빠바바바바바~'로 시작하는 부산 갈매기를 떼창하는 장면은 하이라이트였다. 가수 문성재가 1982년 발표한 부산 갈매기는 롯데를 상징하는 노래였다.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롯데 팬들이 함께 불렀다. 2018년 저작권 문제로 사용되지 못했으나 저작권자와의 협의를 통해 5년 만에 다시 들을 수 있게 됐다. 곧이어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울려퍼졌다.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명물이던 '신문지 응원'과 '봉다리(쓰레기 봉투) 응원'은 사라졌지만, 롯데 팬들은 목청 높여 노래를 불렀다.
선수단 분위기도 밝다. 부산 경남고 출신으로 올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투수 한현희는 "부산 팬들의 열기는 똑같다. 가끔 이닝을 마치고 1루로 가야 하는데, 3루로 가는 것만 다르다"고 했다. 한현희는 야구장을 찾은 꼬마 팬을 불러 사인볼을 건네기도 했다.
팬들이 많아져 사인 요청에 응하는 선수들의 퇴근 시간도 늦어졌다. 내야수 박승욱은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웃으며 "팬들이 (사랑)해주시는만큼 우리도 해야죠"고 했다. 이어 "홈이나 원정이나 우리 팬이 제일 많다. 경기 끝나고도 응원해주시는 걸 듣고 소름돋는다"고 흐뭇해했다. 투수 나균안은 "사직은 항상 좋은 분위기다. 올해 팀 성적이 좋아 더 많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김중희(43)씨는 "2025년을 마지막으로 사직야구장이 공사(2029년 재개장)에 들어간다. 그때까진 한국시리즈에 나가기 힘들거라 생각했다. 1군만 잘 하는 게 아니라 2군도 남부리그 1위를 다툰다. 우리도 이젠 강한 팀으로 바뀌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