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사의 한 대목이다. ‘상식의 법치’는 한 장관 취임 후 법무부가 주요 과거사 사건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을 지휘하는 기준이 됐다. 법무부는 법원의 화해 권고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소송 포기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며, 피해자의 경제적 구제와 명예회복에 나서는 등의 정책을 추진해왔다.
한동훈 “내가 배임죄로 처벌받겠다”며 화해 권고 수용 설득
한 장관은 중앙일보에 “‘빚 고문’ 해결로 국가에 배임죄가 적용된다면 내가 배임죄로 처벌받겠다고 했다”며 “국가가 받을 수 있는 돈을 포기하면 배임이 될 수 있다는 (내부적인) 우려가 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교한 법 분석과 투명한 절차를 거쳐서 국민의 억울함을 해결한다는 선의의 명분을 움켜쥐고 결단한다면 배임 문제는 생길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한 장관 취임 후 일련의 과거사 사건과 세월호 참사 관련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4건의 항소·상고 포기, 1건의 재상고 포기 결정을 했다고 공개했다. ▶1990년 낙동강변 살인사건 ▶1974년 장준하 선생 긴급조치 1호 위반 사건 ▶1989년 이춘재 화성 연쇄 살인사건 ▶2014년 세월호 참사 등에서 최종심까지 다투지 않고 소송 포기를 지휘해 피해자들의 빠른 피해 회복을 도왔다.
50여년 전 입대 이틀 만에 상관의 폭행으로 숨진 A씨의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법무부가 올해 2월 상고 포기를 지휘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A씨의 형제들은 A씨가 숨진 지 50년이 지난 2020년, A씨가 상관의 구타로 숨졌지만 군이 이를 숨기고 훈련 중 사망했다고 통보한 사실을 알게 됐다.
1심은 순직 사실을 유족에게 통보했다며 정부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내부적으로 순직 절차를 밟은 것과 별개로 외부적으로는 은폐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법무부는 대법원까지 가서 다퉈보겠다는 소송 수행청의 의견을 기각했고, 결국 2심 판결에 따라 손해배상이 확정됐다.
법무부는 또 지난해 8월 박정희 정권 시절 ‘긴급조치 9호’로 체포·처벌·구금된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에 따라 ‘긴급조치 1·4호’와 계엄 포고령 관련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의 화해 권고를 수용하라고 지휘했다. 법무부가 법원의 화해 권고를 수용하면 피해자들이 피해 구제를 받기 위해 걸리는 시간과 비용 등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책임 질 줄 아는 ‘공직자의 결단’, 피해 구제 원동력"
법무부는 소송 포기와 별개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공무원에 대한 구상권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 장관은 최근 전두환 정권 시절 벌어진 ‘김제 가족 간첩단’ 조작 사건에서 허위 자백을 강요한 ‘고문 기술자’ 이근안 씨 등에 대해 구상권 행사를 지시했다. 세월호 참사 때 구조 실패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일 전 목포해경123정장에 대해서도 구상권 행사 검토를 주문했다.
한 장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한 장관은 지난 3월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청구 사건과 관련해 “유사 사안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한, 법원의 판결과 화해 권고를 원칙적으로 수용하라”는 통일된 소송 수행 지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