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폭(原爆) 피해 동포인 박남주 할머니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20일 전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 오전에 공유해 드린 윤석열 대통령의 히로시마 주 동포 원폭 피해자들 만남 영상 중, 대통령이 박남주(91세) 위원장에게 한 발언 내용에 대한 기자분들의 질문이 있어 확인해 드린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날 윤 대통령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전날 윤 대통령과 악수를 한 박 위원장은 윤 대통령 손을 두 손으로 감싸고 뺨을 갖다 대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전날 ‘히로시마 동포 원폭 피해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마무리 발언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윤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자 박 위원장이 보인 반응이었다. 박 위원장은 히로시마에서 한국인 피폭 증언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제2대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어진 영상에서 윤 대통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동포들이 원자폭탄 피폭을 당할 때 우리는 식민 상태였고, 해방, 그리고 독립이 되었지만, 나라가 힘이 없었고, 또 공산 침략을 당하고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우리 동포 여러분들이 이렇게 타지에서 고난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 국가가 여러분 곁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음 화면에서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으로 “여러분,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고, 정부를 대표해서 여러분이 어려울 때 함께하지 못해서 정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하면서 영상이 끝났다.
영상에는 안 나오지만, 전날 행사에서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피폭 당사자인 권양백 전 위령비이설위원회 위원장은 “제 나이가 80세다. 저도 2살 때 원폭을 맞았다”며 “오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이 감격을 느끼고 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1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다. 한·일 정상이 공동으로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 정상으로서도 첫 참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