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찰단 거부 당한 '日이웃' 부산시…"자체 방문 추진"

중앙일보

입력 2023.05.19 15:33

수정 2023.05.1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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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안에 보관돼있는 오염수 탱크. [연합뉴스]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현장에 전문가로 구성된 시찰단을 보낼 예정인 가운데 부산시의 시찰단 합류 요청이 무산됐다. 부산은 일본과 이웃해 오염수 방류 시점이 다가올수록 시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시는 정부 시찰단과 별도로 후쿠시마 자체 방문을 추진하는 한편 연안 방사능 농도 등 정보 공개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무조정실 “형평성 문제” 동행 거부

19일 부산시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에 지방정부 추천 전문가를 포함해 달라는 부산시 요청에 대해 지난 18일 유선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 9일 국무조정실에 공문을 보내 동행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은 부산시 추천 전문가만 동행하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산지역 166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반대 범시민운동본부 구성원들이 19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부산시는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기 전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판단에 시찰단 동행을 요청했다. 일본과 가까운 데다 수산식품ㆍ해양레저 등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라서다. 부산시 산하 부산연구원이 수행한 인식조사(조사 기간 올해 1~2월ㆍ대상 1840명)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부산 연안 방사능 농도에 변화가 없더라도 ‘위험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7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은 채 방류가 이뤄지면, 수산식품의 구매나 해양레저 활동이 반 토막 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부산시 “자체 방문 추진, 정보공개 강화”

부산시는 하반기 후쿠시마 자체 방문을 추진할 계획이다. 2011년 3월 원전 사고 이후 부산시는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 후쿠시마를 다녀온 적 있다. 시 관계자는 “당시 현지 방문을 통해 후쿠시마현의 주민 보호조치 등 행정 대응 조치를 파악했다. 원전 인근 방사능 오염 농도와 제거 현황, 시민에 대한 정보공개 범위·방식 등을 공유한 경험이 있다”며 “외교부를 통해 후쿠시마현에 공문을 발송하면 방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핵종 제거설비로 정화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 [연합뉴스]

 
이어 “후쿠시마현 산하에 방사능 정보 분석센터가 있다. 이번 방문이 성사되면 센터를 통해 후쿠시마 연안의 방사능 정보를 포함해 어촌계별 수산물, 어패류에 대한 영향 등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같은 정보는 지자체가 방류 대책을 세우고 정확한 정보를 시민에게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사능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플랫폼도 확대된다. 후쿠시마현을 두 차례 방문한 뒤 부산시는 연안 6곳과 내륙 52곳에 세슘과 요오드 등 방사능 측정ㆍ감시망을 설치했고, 관련 정보를 매월 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왔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이들 정보는 시내버스 정보 전자 안내판과 도로전광표지판 등 시민 접근성이 좋은 시설 490곳의 모니터를 통해 추가로 공개된다.


전담조직 꾸리고 방사능 검사도 확대  

다른 지자체도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수산물 등 먹거리 소비 위축을 우려해 제주도는 전담조직을 꾸리고 부산과 울산, 경남, 전남 등 한ㆍ일 해협 연안 5개 시도협의체와 공동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경남도는 연간 300건이던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1000건으로 확대하고, 수협 위판장 10곳에는 휴대용 방사능 측정 장비를 지원했다. 오염수 방류가 수산물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면 정부에 수매도 건의할 계획이다. 전남도 또한 피해보전금 지급 및 수산물 정부 수매 건의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전문가 현장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 위원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시찰단 구성과 현지 일정 발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은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후쿠시마를 방문한다. 시찰단 구성 인원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전시설 및 방사선 분야 전문가 19명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 등 총 21명이다. 시찰 기간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오염수 관리 실태 확인 및 일본 관계 기관과의 심층 기술회의 등이 예정돼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본 정부는 올여름부터 다핵종제거설비(ALPSㆍ알프스) 정화를 거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다. 이를 위한 해저터널이 다음 달 말쯤 완공돼 이르면 7월부터 방류가 가능하며, 방류에는 최장 40년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