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진 따스함
전북 완주군은 19일 “완주군 비봉면 원이전마을에 사는 박승희(76)씨가 최근 비봉면 경로당을 돌며 500만원 상당 백미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완주군에 따르면 비봉면 토박이인 박씨가 기부를 시작한 건 1990년대 초반이다. 악착같이 품을 팔아 번 돈으로 논밭을 사들여 끼니 걱정에서 벗어나면서다.
박씨는 “배곯던 어린 시절 한을 풀겠다”며 본인 소유 논 중 가장 입지가 좋은 5290㎡(1600평) 논만 따로 떼 매년 거기서 수확한 신동진 쌀 전부를 경로당이나 생계가 어려운 노인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박씨는 “두메산골 외딴집, 가난한 농부 아들로 태어나 다섯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못 먹고 못 입고 살았다”며 “어릴 땐 주린 배를 시냇물로 채우고 쑥을 뜯어먹어도 너무 배가 고파 하늘을 바라보면 빙빙 돌아 고개를 숙이고 다닐 정도였다”고 말했다. 20대 초반 군 입대 당시엔 앙상한 뼈만 남아 살이 축축 늘어날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설움 중 배고픈 설움이 가장 참기 힘들다”고 했다.
아내와 채소 판 돈으로 빵·과일도 나눠
박씨는 1600평 논에서 나온 쌀은 전량 보관 후 그때그때 기부한다. 이런 박씨이기에 그간 기부한 쌀 전체 규모와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는 계산해본 적 없다는 게 완주군 설명이다. 박씨는 “좋은 품종을 쓰다 보니 간혹 ‘쌀을 팔라’고 권유하는 사람이 있지만, 남에게 기부하는 쌀은 더 좋은 걸 줘야 한다는 생각에 한 톨도 팔지 않았다”고 했다.
슬하에 둔 2남1녀 모두 결혼시켰다는 박씨는 동갑내기 아내 임남순씨와 함께 완주 고산시장이나 전주 모래내시장에서 채소를 팔아 번 돈 일부도 빵이나 과일 등을 사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름을 알려달라는 사람에겐 “나는 이름 없는 사람”이라고 감춰 시장 주변에서 박씨는 ‘빵 아저씨’로 불린다.
박씨는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노인 등 어렵게 사는 사람을 보면 가진 것을 더 주지 못해 되레 미안한 마음”이라며 “일할 수 있는 한 농사를 정성껏 지어 기부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형숙 비봉면장은 “어르신의 따뜻한 마음을 본받아 독거 노인 등 소외 계층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