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에 과수 농가가 시름에 빠졌다. 봄철 ‘반짝’ 더위로 꽃이 지나치게 일찍 피고 지어서 과일이 제대로 영글지 못하고 있다. 연이어 닥친 저온 현상이 피해를 키웠다.
배와 복숭아도 마찬가지다. 개화 상태가 나쁜 배 비율은 지난해 2.3%에 그쳤지만 올해는 36.9%에 달했다. 복숭아 역시 ‘나쁨’ 비중이 지난해 6.3%에서 올해 40.6%로 뛰어올랐다. 과일 품질과 직결되는 개화 상태가 올봄 이른 무더위와 연이어 닥친 저온 현상으로 크게 나빠졌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농업관측정보’ 보고서에서 “올해 (주요 과일의) 개화일은 봄철 평균 기온 상승으로 전년ㆍ평년 대비 최대 7일가량 빨랐다”며 “이후 지난달 8~9일 급격한 기온 하강으로 저지대 과수원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농촌경제연구원 표본 조사에 따르면 사과 농가 절반(50.4%) 정도가 심한 수준의 저온 피해를 입었다. 배(69%), 복숭아(57.1%) 농가 상황은 더 심각하다. 널뛰는 기온에 강풍, 황사, 꿀벌 감소 등 다른 요인까지 겹치면서 시중에 내다 팔기 어려울 만큼 모양이 이상하거나 제대로 여물지 못한 ‘불량’ 과일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김원태 농촌경제연구원 원예실장은 “피해 정도가 지역별로 편차가 있고, 이달부터 적과(솎아내기)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앞으로 수확량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봄철 이상기온으로 인해 올해 과일 품질은 전반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