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20대 대선을 앞두고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변신도 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준 쪽은 국민의힘이었다. 대선이 한참 남았을 때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에선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이길 후보를 찾기 어려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공고했고, 180석 거대 여당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적이고 고령층 당원이 많은 국민의힘 지지층이 '30대, 0선' 이준석을 당 대표로 뽑았다. 골수 보수 지지층만으로는 안 되고 중도층을 흡수해야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한밤 정몽준 집 찾은 노무현 승리
국민의힘은 이준석 파격으로 승기
민심 놓친 돈봉투·김남국 대응
국민의힘은 이준석 파격으로 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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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에서 고정관념을 깨는 양상으로 선거판을 흔든 사례는 민주당 계열에서 자주 나왔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수 계열과 손잡은 ‘DJP 연합’으로 집권했고, 2002년 호남 경선에서 '노무현 돌풍'이 일었던 게 사례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민의힘이 오히려 앞서가는 것 같다. 최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윤 대통령의 말은 선거 때 표를 얻으려 한 것”, “전광훈 목사가 우파 천하 통일” 등 설화를 일으킨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 처분을 내렸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총선에 나갈 수 없는 중징계다. 그런데도 김 최고위원은 “재심 청구나 가처분 소송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고 받아들였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여소야대 구도를 바꾸지 못하면 사실상 ‘식물 정권’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런 변화의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심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이재명 당 대표가 대선 패배 후 곧바로 지역구 출마에 이어 대표 경선에 나섰다. ‘사법 리스크’로 조용할 날이 없지만, 민주당 당원들은 이 대표를 선택했다. 더 심각한 것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발생하고 생생한 녹취 파일이 공개됐는데도 송영길 전 대표나 관련 의원들이 마치 거리낄 게 없다는 듯한 태도를 노출하고 있다. 자진 탈당하는 게 고작이다.
거액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 끝에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까지 민주당 지도부는 ‘선 진상조사, 후 제소 검토’를 고수했다. 그러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떠밀리듯 늑장 대응했다. 이런 문제가 설화보다 훨씬 심각한 것 아닌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텃밭 호남과 윤 정부에 등 돌렸던 20~30대에서까지 흔들리고 있다.
내년 4월 총선까지 10개월여가 남았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승리했던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했다. 다음 총선에선 민심을 무시한 채 오만하고 무례하게 구는 쪽이 질 것이다. 선입견과 확신에 빠져 뻔히 보이는 변화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쪽이 질 것이다. 절박함이 덜한 쪽이 질 것이다. 누가 승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