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는 최근 올해 예산으로 편성했지만 쓰지 않는, 일명 ‘불용(不用)’ 대상 사업이 있는지 파악에 들어갔다. 불용 예산이 발생하면 다음 해 예산으로 넘기거나, 올해 진행하는 다른 사업에 돌려쓸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16일 “보통 세수가 부족한 해 연말에 불용 예산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연초부터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불용 예산 한 푼이 아쉬울 만큼 세수 상황은 비상이다. 올해 1분기 국세 수입은 87조1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24조원 줄었다. 4월부터 연말까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세금(284조8000억원)을 걷는다고 가정해도 연말 기준 국세 수입은 371조9000억원이다. 올해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28조6000억원 부족하다.
문제는 불용 여건이 예전보다 팍팍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불용 예산 규모는 12조9000억원이다. 세계잉여금(6조원) 중 지방교부세 지급 등을 제외하고 세입에 넣을 수 있는 돈은 2조8000억원이다. 둘을 더하면 15조원 안팎이다. 경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에 따라 연말까지 세수 부족 규모를 15조원 안팎으로 줄인다면 불용 예산으로 (세수 펑크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만큼 불용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 지난해는 부동산교부세 감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사업 미집행 등 영향으로 불용액이 2014년(17조5000억원) 이후 8년 만에 가장 컸다. 게다가 올해는 ‘건전 재정’ 기조로 예산을 편성해 불용 예산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대규모 불용이 발생하는 건 정부가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꼼꼼히 편성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안 써도 될 예산이라면 왜 편성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예정된 재정 지출을 축소할 경우 재정의 경기 대응력을 떨어뜨려 다시 세수 부족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