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니제티의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비운의 여왕 메리 스튜어트의 삶을 그렸다. 도니제티는 ‘마리아 스투아르다’ 외에 헨리 8세의 왕비였던 앤 불린의 삶을 그린 ‘안나 볼레나’와 엘리자베스 1세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로베르토 데브뢰’라는 오페라도 작곡했는데, 이 세 개를 한데 묶어 ‘퀸 3부작’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도니제티는 오페라에서 두 사람을 직접 만나게 한다. 어디 그뿐인가. 두 여자가 서로를 비난하며 불꽃 튀는 설전을 벌이게 한다. 실제로는 고양이 앞에 쥐와 같은 신세였던 메리가 오페라에서는 당당하게 엘리자베스와 맞서는데, 이런 대결 구도를 만들어야 독창과 중창, 합창이 어우러지는 멋진 장면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는 주인공이 부르는 아리아가 아닐까 싶다. 이때 주인공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면 더욱 감동적일 것이다. 그 ‘감동’을 위해 오페라에서는 종종 진실을 왜곡하기도 하는데, ‘마리아 스투아르다’에서는 메리가 남편을 죽인 살인자가 되었다. 살인자라니.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어쩌겠는가. 그래야 감동적인 아리아 한 곡조 뽑고 죽을 것 아닌가.
진회숙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