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4일 국방부와 경기도(도지사 이재명)는 갑작스레 ‘북한군 묘지 시설 경기도 이관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국방부가 관리하는 북한군 묘지 시설의 토지 소유권을 경기도로 이관하고, 국방부는 그에 상응하는 토지를 경기도로부터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협약서엔 서주석 국방부 차관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구속 기소)가 서명했다. 당시 이 전 부지사는 “북한군 묘지를 접경지역 발전을 위한 평화와 화해의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 계획이 경기도가 올해 초 국방부에 ‘북한군 묘지 시설 업무협약 종료’ 검토를 요구하면서 없었던 일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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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2017년 초에도 북한군 묘지 시설을 경기도에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당시 소극적 입장을 보였던 경기도는 2018년 이재명 경기도지사 취임 이후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방부는 경기도가 북한군 묘역 땅을 이관 받는 대신 경기 포천시 이동면 일대에 있는 5군단 관할 승진훈련장 일대 부지를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군 묘지의 토지 소유와 관리는 ‘국가사무’로 분류돼 있어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로 부지 소유권을 옮기는 게 애초 불가능에 가까웠다. 2020년 1월과 4월 이 안건을 심의한 경기도 공유재산심의회도 “북한군 묘지시설 관리업무는 국가사무로 토지교환에 따른 이관이 불가해 보인다”며 반려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국방부에 ‘북한군 묘지 소유권을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에 위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재차 요구했지만 진전된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군 묘지 시설 이관 논의는 이 전 부지사가 총선 출마를 이유로 부지사직을 사임한 2020년 1월 이후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2020년 5~6월 청와대 자치비서관실이 나서서 3차례 실무협의하는 등 중재에 나섰지만 무위에 그쳤고 결국 경기도는 지난 2월 ‘업무 협약 종료’ 의사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를 떠난 이후에도 실무선에서 계속 검토했는데 북한군 묘지를 이관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담당자들이 골머리를 앓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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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이 이뤄진 것도 같은 시기(2019년 1월~2020년 1월)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북한군 묘지 사업 이관에 대해 경기도 내부에서 계속 난색을 보였지만 당시 대북사업을 주도하던 이 전 부지사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청와대도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도 돌면서 국방부와 MOU를 맺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기호 의원은 “북한군 묘지시설 관리 주체 이관도 이재명표 평화정책 및 방북의 수단과 이 전 부지사의 대북 송금 의혹의 배경으로 작용하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