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방사능에 오염된 빗물·지하수를 인체와 해양 환경에 무해한 수준으로 정화해 이르면 오는 7월 해양 방류하겠다는 계획이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통해 세슘·스트론튬 등을 걸러내고, 트리튬(삼중수소) 등은 바닷물에 희석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오염수가 해양 방류를 위한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는 점을 들어 일본은 오염수가 아닌 ‘알프스 처리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정부가 일본의 이 같은 방류 계획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재차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이 강조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신뢰하려면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은 지난 12일 국장급 회의를 열고 약 20명 규모의 시찰단을 나흘간 파견키로 합의했다.
"오염수 정화설비 작동 점검 필요"
문제는 오염수 방류의 경우 한·일 양자 현안이 아닌 국제적 이슈란 점이다. 오염수 정화·방류 과정을 검증하는 권한 역시 개별 국가가 아닌 국제원자력기구(IAEA)아 가진다. IAEA는 2021년 7월 11개국의 원자력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검증단을 꾸렸는데, 한국 전문가로 김홍석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이 포함됐다. IAEA 검증단은 지난해 5월부터 5차례에 걸쳐 발표한 중간 보고서에 이어 오는 6월 최종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검증' 아닌 '설명' 강조하는 日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개별 국가의 검증 요구를 받아들일 의무가 없을 뿐 아니라, 이 같은 개별적 검증 자체가 IAEA 검증 절차의 신뢰를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정부는 IAEA 검증단과 별개로 시찰단이 꼼꼼하게 점검할 수 있어야 국민적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설 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시간 마라톤 회의에도 '추가 협의'
한·일 양국은 이르면 이번 주 중에 시찰단의 활동 범위와 기준 등을 논의하기 위한 화상 회의를 다시 열 예정이다. 다만 일본의 완강한 입장을 감안할 때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 정화 과정을 점검할 수 있는 시설에 접근하거나, 해양 방류 전의 오염도 정보를 직접 측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조속히 실무자 간 화상회의를 통해 추가 협의를 해 시찰단 방일 관련 필요한 사항들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