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 가까이 늘어난 대출, 예금은 큰 폭 감소
가계대출이 1년 새 다시 큰 폭으로 는 것은 주택시장의 회복 조짐과 연관이 있다. 지난해 금리 상승으로 인해 신규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주택담보대출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하와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영향에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실제 올해 3·4월 5대 은행이 새로 빌려준 주택담보대출은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92.9%와 75.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도 33%와 30%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이 다시 늘었지만, 돈을 맡기는 사람은 반대로 줄었다. 예금은행의 지난달 말 전체 수신 잔액은 2204조9000억원으로 3월 말(2218조3000억원)과 비교해 13조4000억원이 감소했다. 특히 급여통장으로 많이 활용하는 수시입출금예금은 같은 기간 14조8000억원이 급감했다. 정기예금도 6조4000억원이 줄었다.
대출금리 1%포인트 하락, 4%대 예금은 사라져
대출금리뿐 아니라 예금금리도 큰 폭으로 내려갔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최고 우대금리는 현재 연 3.40~3.8%다. 지난해 11월 한때 5개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최고 5%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최근 4%대 예금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미국 긴축정책 종료 선반영에 금리 하락
이런 기대감은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크게 낮추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상품의 지표금리가 되는 5년물 은행채 금리는 올해 초(1월 6일)과 비교해 0.684%포인트(4.527%→3.843%) 내렸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도 0.78%포인트(4.34%→3.56%) 하락했다. 여기에 금융당국 압박에 시중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가산금리를 낮추면서, 전체 대출 금리가 최고 1%포인트 이상씩 떨어졌다. 예금금리도 같은 이유로 하락했다.
“대출 증가 섣불러…고금리 장기화할 수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계속 높게 유지된다면,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물가 상승 압박이 다시 커진다면, 기준금리를 다시 높여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이미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선 국내 가계대출이 고금리에서도 줄지 않고 늘어난다면, 향후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결정에서 Fed가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혀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기대하는 연내 기준 금리 인하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