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는 자들이나 두 번째 기회를 달라고 하지.” 젊고 잘생긴 귀족 그라몽은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최고급 호텔 하나쯤은 가볍게 날려버린다. 눈썹 하나 까딱 않고 걸림돌들을 집요하게 처단해 나가는 잔혹함이 이 캐릭터의 아우라다.
‘그 사람의 가치’란 능력과 인격, 가치관 같은 것들을 뭉뚱그린 것일 터. 분에 넘치는 야망을 자신의 가치인 줄 착각하는 사람은 위태롭다. 밀랍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이카로스를 보는 듯 조마조마하다. 그렇게 야망이 자신과 사회를 망가뜨리는 사례들을 숱하게 봐오지 않았던가.
특히, 한 분야에서 ‘훌륭한 사람’이란 평가를 받던 이들이 정치 영역에만 가면 이상해지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그런 분인 줄 몰랐다”고 하면 이런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우리가 알지 못했을 뿐,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 거예요.” 한 사람의 가치는 일이 잘 풀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 예상 못 한 위기에 놓였을 때 드러난다.
꿈은 크게 가지는 게 좋지만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내가 과연 그 야망을 감당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면 조용히 꿈을 내려놓거나 ‘나의 가치’를 어떻게 키워 나갈지 고민하는 게 맞지 않을까.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