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카드사에 삼성페이 관련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삼성전자는 수수료에 대한 구체적 방침을 알리지 않았지만, 카드업계는 이번 공문이 삼성페이의 유료화를 공식화하는 첫 단계라고 보고 있다.
대다수 전업 카드사가 삼성전자와 맺은 계약은 오는 8월 중순 만료되고, 이후엔 삼성전자가 새로 마련한 조건으로 계약이 체결될 전망이다. 경쟁 서비스 애플페이는 카드사로부터 결제 건당 최대 0.15%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경쟁사인 애플과 달리 금융 관련 매출은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김민정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애플의 지난해 순매출 중 결제 등 서비스 부문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며 전체의 20%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삼성페이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술 이용료 등으로만 수입을 올려 왔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애플 등 휴대전화 제조사는 간편결제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더 높여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이용액 중 삼성페이 등 휴대전화를 활용한 비중은 25.3%로 전년(22.7%)보다 2.6%포인트 증가했다. 반대로 카드사가 직접 운영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점유율은 전년(27.6%) 대비 0.8%포인트 감소해 26.8%를 기록했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페이가 내년 간편결제 시장에서 15%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삼성·애플 등 휴대전화 제조사가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수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하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김 교수는 “카드사가 소비자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을 막으려면 카드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